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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2회 작성일 16-04-05 21:27

본문

1.


오우 오우오우 오우
표현할 수도 없고 들어야만 아는 소리
키메라의 환생인가
미성에
가성에
막내는 기분이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
1층에서 엘리베이터의 벨을 눌렀을 때
무사히 안착하였음을 감사해야 했다.

거울 속에 나,
쌍꺼풀이 두 눈을 누르고
눈동자는 충열 됐다.

고소한 냄새,
기름기가 흐르는 방화문 앞에
잠시 머뭇거린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가끔,
내 전화번호를 잊고
내 주민등록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할머니의 제삿날이 돌아오지만
기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오늘은 많이 늦어요.
할머니 제사예요.
술 먹지 말고 일찍 들어와요.

아내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가족들의 생일, 제삿날, 기념일을
잊지 않고 되새김질 해 준다.

어머니, 어떻게 냉수, 온수, 보일러를
아직도 킬 줄 모르세요.

새 아파트에 이사 온 지 벌써
십수 년,

처가라도 갈 요량이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
보일러를 키셨는데
온수에 놓고 감기가 옴팡 들으셨다.


2.

가족이란 무엇일까?
서로 기대며 산다.

어금니가 무너졌다.
인내이 온내이 인프란트
용어가 낯설다.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내주고 싶은데
나를 위해서는 옹색해지는 마음,

친구의 말마따나
내가 쓸 돈은 있어도
줄 돈은 없다.

그 친구는 빚을 받아냈는지 모를 일이다.

무명치맛자락을 걷어 올리시고
속 꼬챙이에 찬 전대

주머니가 열리면
신문지에 두 번 세 번 접어 쌓은
지전,

동전 한 닢,

눈깔사탕이 나 올 때의 그 허전함이라니
돈맛부터 알고 있었다.

할머니의 정은
속 꼬챙이에서 나온 것인 줄 안다.

생선은 큰놈으로 올려,
할머니는 돔도 조기도 좋아하셨지.

아내의 찜 솥에는
은빛 빗살무늬의 돔과 누런 조기 한 마리가
그 옛날,
할머니의 속 꼬챙이만 보고 살았던
철없던 손주의 미안함이다.

큰아들은 어느새 병풍을 쳤다.
상다리가 휘청거리는 포마이카 큰 상이
아무렇지 않게 펼쳐졌다.

내 몫의 상차림이
큰 아들에게 쥐여줬다.


3.

막걸리 있으면 한 잔 줘라,

아내는 못마땅하다.

제사 끝나면 먹죠.

슬그머니 어머니의 먹다 남은 막걸리가
걸쭉한 앙금을 푼다.

제사를 지내려면 아직 이른 시간인데
을 요기라도 해야 한다.

어머니의 말마따나
허기진다는 것이
아침이면 일터로 나가고
하루의 해가 지면 돌아오는

다녀오겠습니다.

이 말뜻을 되새기며 우리는
가족이다.
돌아올 집이 있었다.

둘째는 어설픈 칼질로
두부에 모 썰기를 한다.

두부가 부처지면
제사상의  음식이 갈마름 된다는 것을
향불 냄새처럼 각인 된 일이다.

어머니, 애들이 없으면
제사상도 재미가 없어요.

오늘은 화창한 봄날이다.
벚나무에 솜을 뭉쳐놓은 것 같은
너무도 짧은 생의 한순간이 저문다.

비가 내리고
목련은 치맛단을 쓸어 내린다.

꽃부터 피고
잎을 피우는 목련의 열매는
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은은한 향기는 아니었을까?

할머니의 속 꼬챙이 같은
지난 시절의 봄날을 기억하려
향불에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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