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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만 년의 사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28회 작성일 16-03-29 13:08

본문

삼만 년의 사랑

 

 

꽃 진자리 나비 한 마리 떠났다 말하지 말아요

산모롱이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나던

손톱만큼도,

숨 가빴던 추억이 멸종되었다 말하지 말아요

이쯤해서 눈과 눈은 빛나고

가슴과 가슴이 살포시 포개지던

알갱이 하나 오롯이 남겨 놓기로 해요

뻔한 삼류 영화 예고편 같은 낡아빠진 소설책은

페이지 중간쯤 접어두기로 해요

혹시 알아요, 빙하기 동면을 꿈꾸는 다람쥐 굴속 숨겨 놓으면

눈은 축복처럼 내리고

투명한 얼음은 동그마니 생명싸게로 품을 지도요

그대가 보랏빛 바늘 패랭이꽃처럼 피어오르면

나는 종일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두꺼운 돋보기 너머 꽃의 행보를 추적하는 고고학자처럼

한눈에 천 년의 기억을 복원해요

싫증이란 싫증은 단박에 결박하여 천연냉장고에 넣어 두고

없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순록의 까만 눈멍울

네네츠족이 살고 이끼류들만이 결빙을 핥아 먹는 툰드라

초록빛 광선이 진흙 하늘을 황홀하게 수놓을 때

누가 알아요 얼어붙은 채 죽었다고 믿었던 사랑이

기적처럼 하얀 패랭이꽃으로 환생할지요

삼만 년 만에 꽃피운 실레네 스테노필라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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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꺼운 돋보기 너머 꽃의 행보를 추적하는 고고학자처럼
한눈에 천 년의 기억을 복원해요 ///

삼만 년 만에 꽃피운 실레네 스테노필라꽃처럼 ///

와, 이런 꽃이 있었군요
삼만 년의 사랑으로 피운

역시나 입니다
갑장님!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갑장님
다람쥐가 물어다 둔 씨
얼음 동굴에 있던 그 씨를 복원했답니다
일종의 패랭이꽃이죠 ,,,하얀
삼만 년 만에 꽃피운 실레네 스테노필라꽃
씨의 능력과 위대한 힘을 보았지요
어쩌면 우리네 지워져버린 사랑도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石木님의 댓글

profile_image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샘추위의 역경을 뚫고, 눈부시게 그리고 반갑게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걸 보았는데,
그들 중의 몇몇은 벌써 시들어 떨어지고 있더군요.
그 아이들이 떠났다고 말하지 말자는 말씀이시지요?
삼만 년쯤 지나서 화사한 미소의 얼굴로 우리 앞에,
혹은 우리의 후손 앞에 나타날 테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나타났다가 잠시 후에 또 시들어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삼만 년을 기다리게 하고... 이 근원적인
허전함에 대하여 시인님께서 말씀은 안 하시지만 마음으로는
아파하고 계시다는 정황이 시에서 감지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이 봄에도 즐겁고 건강하소서.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오랜만이시지요 참 반갑습니다
꽃 핀다는 소식 들었는데 아 벌써 낙화하고 있군요
고속 질주하는 세월의 속도를 체감합니다
그렇습니다 꽃은 떨어졌지만 그 꽃은 한 알의 씨앗으로
남아서 삼만 년 만에 꽃을 피웠습니다
얼음 동굴 속에서 보존 되고 다시 복원 되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꽃
우리네 사랑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화창한 봄날 시인님께도 꽃이 만발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石木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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