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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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봄 오는 돌계단에
죽어 있는 잎들
아침에 삼킨 칡즙은 몸의 궤도를 돌아
내 손가락 끝에서 숲을 부르는데
불확실한 바람이
실개천을 역류하여 계곡의 샘에
살얼음 솜이불을 덮는다
보도블록 틈새로 흙을 밀고 나오는
어둠의 발돋움을
찬 햇살은 살갗을 도려내어 그물에 걸어 말리고
봄은 그 얼얼하게 매운 맛에 굴복하여
공처가처럼 엎드린다
나는 양쪽 손을 외투 주머니에 숨긴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실팍한 꽃샘추위 표현이 좋습니다.
단초점으로 잘 잡으신 듯 합니다.
초여름, 두터운 옷이 장롱으로 들어갈 때 즈음,
꽃샘추위도 잊혀지고 내년에 다시 만나겠지요.
3연, 계곡에서의 바람은 불확실하므로, '불확실한 바람'은 그냥 '바람'으로
하셔도 더 심플하고 좋지 않을까 욕심부려 봅니다. ^^;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꽃샘추위 또한 고유한 빛깔의 계절로 우리 기억에 남아
헤어진 뒤에는 새 만남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개성적 기간이겠네요.
제가 사진촬영을 꽤 즐기는 편인데, 단초점으로 잡았다고 하심은
줌렌즈나 다초첨 안경을 사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랜덤으로 포착하였다는 말씀이신지요?
방문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
잡초인님의 댓글
불확실한 바람에서 느끼는 꽃샘추위
잠깐 업드려있는 봄을 일으켜
확실한 봄바람을 불게 하여야 겠습니다
꽃샘추위에서 시린손을 살짝 부비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사계절의 순환이 같은 모양의 반복인 것 같아도
그 시간들과 대면을 하는 현장에 서 있을 때는
그 하루하루가 불확실한 흐름인 듯이 느껴지더군요.
오늘의 저 바람은.. 겨울일까? 봄일까?
365일을 늘 불안한 모험으로 사는 게 우리의 실상인 듯하기도 하구요.
아, 올해는 윤년이어서 366일이겠군요,
언 손을 어서 녹이시고, 감기 주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봄의 한 가운데 있다고 자신하며 옷을 활짝 열어 길을 나섰는데
뼛속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참으로 겨울보다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저만치 도망쳤으리라 여겼던 꽃샘바람이 이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얼마나 시샘이 깊었으면 꽃에 대해서까지 질투를 부려 꽃잎을 닫게 하는가 하는..
시인님의 글을 읽으며 잠시 꽃샘추의를 달래봅니다.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기다리면 봄은 오는 것이지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 이 말이 문득 떠 오릅니다.
산책을 나갔다가 방금 들어왔는데, 아파트 양지쪽 녹지대에
작고 노란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하였더군요,
올해에 들어와 처음으로 만난 실외室外의 꽃이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이종원 시인님, 들려주시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