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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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다
바다를 옮겨놓은 횟집에 모였다
반복되는 일상을 전하는
하품나는 수다에 가자미 눈이 되었다
옆자리에 눈이 맑아지는
남자들에게 잠시 시선이 머문다
특별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취기인지 큰소리로 말한다
도다리 생살 찍어 먹으며
꽃게 허벅지 천천히 발라먹으며
화끈한 매운탕에 시선을 두고
귀는 자꾸 옆으로 기운다
마누라하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둥
집이 텅빈 겨울 백사장 같다는 둥
갯바위 갈매기처럼 둘러앉아
서로 깃털 빠지는 날개 부비며
잔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 받는다
파도소리 요란하다
시든 일상 이야기하는 우리처럼
목소리 높이지 않고
서로 따스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바다의 한 귀퉁이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던 그날 밤
파도소리 잠 끝까지 따라왔다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마누라하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둥 집이 텅빈 겨울 백사장 같다는둥/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마누라는 절대로 내놓을 수 없다는 둥 사랑 보다 정이 낫다는 둥/
이렇게 들어주세요.
어쨌건 그 파도소리 잠 끝까지 따라온 것은 정말 쓸쓸할 것 같습니다.
좋은 시 읽었습니다.
은린님의 댓글
그냥 모임 자리에서 한 모티브를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사는 이야기 주제는 달라도 결론은 같다는 것
수다가 지겨울 때 도다리 눈 파 먹으며
다른 사람 이야기 엿듣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
한드기님의 댓글
맛있는 회는 쯔끼다시가 필요없죠.
달달하고 살살 녹는 회 한 접시 잘 먹고 갑니다.
화창한 봄 맞으세요.
은린님의 댓글
여기 횟집에는 사족같은 쯔끼다시가 많지요
잘 다듬어서 신선하고 졸깃한 회 한 접시에
맑은 물빛 한 잔 올릴게요^^
시앙보르님의 댓글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우리에게 굶주린 소통은 바로 이런 소통이 아닌가 합니다.
호기심이 아니라, 주변에서 소통에 거드는 몫은 시인의 특권이겠지요.
두 다리 쭈욱 뻗고 배 부르게 물러납니다. ^^;
은린님의 댓글
사물이 말하는 것을
시원하게 받아쓰는 것도 시인의 특권인데
아직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