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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6회 작성일 16-03-07 20:12

본문

외줄타기 / 금테우리




이생에 하나쯤

기막힌 글이 없을까


한 줄에 매달리는 순간 숨이 턱 막혀버릴

혹은, 소스라치며 기절해버릴

 

늙은 해녀의 숨비소리처럼 의식의 태왁*을 품은 무의식의 행간에서

슬그머니 저승길 살피다 겨우 돌아올지라도

 

아찔한 심장을 어르고 달랠 시위의 연주랄까

혹은, 심금을 울릴 베르베르족 암자드랄까

아님, 생고무줄처럼 아주 팽팽한

 

(rmfjgemt, ajd Eoflf)

 

정녕 그런 글 없을까

평생에 하나쯤

 

 

 

-----------------------------------------

* 해녀가 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뒤웅박

추천0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로틱한 찰리
 

                                  여성민
 
 
  찰리가 에로틱 해도 되는 걸까 문장은 이어지지 않는다 플룻을 부는 여자의 입술처럼 플롯은 은밀하다 나는 찰리에 대해 생각한다 창문에서는 붉은 제라늄이 막 시들고 있다 찰리는 어떻게 됐을까 찰리에 대해 생각하기 전까지 나는 찰리를 몰랐다 그런데 찰리를 생각했고 찰리가 걱정스러웠다 찰리를 생각하기 전의 찰리와 지금의 찰리 사이에 무엇이 지나 갔을까 카페의 테라스에서 여자가 플룻을 꺼낸다 나는, 찰리를 생각한 내가 찰리이고 누구인지 몰랐던 찰리는 찰리 a이며 지금의 찰리는 찰리 b라고 구별한다 문제는 찰리에 대해 생각하자 찰리가 떠났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찰리 a에 대해 생각했고, 그러자 찰리 a는 찰리 b가 되었고, 찰리는 빌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찰리에서 빌리로 옮겨간 것은 순간적인 일이다 붉은 입술이 플룻에 닿는 순간 찰리는 찰리 b가 떠난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자 찰리 a가 누구였는지 생각나지 않았고 나도 찰리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빌리가 왔다 세계를 잠시 해체하는 것 같은 느낌이 찰리와 빌리 사이로 지나갔다 나는 그것을 에로틱한 각성이라고 적어둔다 여자가 플룻을 가방에 도로 넣는다 플롯은 숨어 있다
 
 
 
  『다층』 2012년 봄호에서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엇이 오는 방식
 
 
                        여성민

 
 가령 이런 식, 비가 내리거나 시럽을 듬뿍 넣은 카페라테를 마시거나 비가 내리거나 외롭지 않기 위해 동물원에 가
거나 비가 내리거나 흔들리며 흔들리며 비가 내리거나 가령 이런 식 가까운 숲에서 먼 숲으로 길이 사라지는 지하에서
옥상으로 계단이 사라지는 508동에서 511동 뒤편으로 손전등 불빛이 사라지는 지상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아이가 신
발은 벗는 그러니까 가령 이런 식 국경선의 한 무리 양떼옆에 딱딱한 빵을 뜯다가 세 개의 강에서 올라오는 푸른빛
을 보며 무릎을 만지는 경계병 소년 옆에 에이케이소총 옆에 소년은 모두 손가락이 길다 케네디는 아직 비행기를 타
지 못했다 쓰레기를 뒤지는 개 축구공이 터진 공터 깨진 유리창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스타벅스 매장 옆에 콘크리트 철
근에 매달린 트랜지스터라이오 옆에 예스터데이 음 음 을음 예스터데이 옆에 오줌을 누다가 길의 끝을 바라보는 어
린 소녀의 눈동자 옆에 죽은 눈 죽은 눈 그러니까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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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시집. 에로틱한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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