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6> 내 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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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초상
조막진 길로 도려낸 잎새를 물고 길잡이하는 군상들, 풍선처럼 부푼 꿈들이
촘촘한 그물코에 걸린다. 세월의 깊이 만큼 주름진 욕망의 화수분, 귀를 쫑긋
세워 고향을 향해 내닫는 마지막 기적소릴 듣는다. 느즈막히 등불 밝히고 책
상머리를 정리하는 사람들, 긴 달빛 그림자 이고 떠난 기억의 편린들, 주름진
얼굴에 빗살무늬를 긋는다. 텁텁한 생의 이력만큼이나 멀찌감치 달아난 머릿
카락 사이로 산울림처럼 되돌아오는 울음소리
밖을 향해 작거나 혹은 커다란 창을 내고 새하얗게 지워진 배경 너머, 둥글
게 말린 세상속으로 서녘 볕이 기지개를 편다. 벽에 속을 가늠할 수 없는 구멍을
뚫고 무관심처럼 돋아나는 생기발랄한 관음증, 누구나 한번쯤 그 속을 드려다
보고 싶다. 갈라진 틈을 덧칠하며 한겹씩 다시 쌓아올린 성곽에 배수진을 친
도시의 그림자, 태양과 타협한 이카루스의 날개인 양 겨드랑이에 무지개빛
날개를 단다. 회색으로 색칠한 풍경속으로 슬픈 내 안의 공명은 너울되어
번져간다.
울 안에 갇혀 백발로 늙어가는 잿빛 욕망, 울 안에 가시가 돋친다. 손아귀에
움켜쥔 또 하나의 태양을 위해,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은 세번의 운을 믿으
며 초라한 문패를 문 밖에 내건다.
글쓴이 : 박 정 우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누구나 한번 쯤은 완행열차에 실려가면서 자기만의 초상을 느끼겠지요.
상상을 은근히 떠받치는 사물과 구체가 없었다면 무연 자기독백으로 끝날 텐데
끈기 있게 이어가는 저력이 멋져보입니다. ^^;
마지막 삼세 번의 운, '초라한 문패'는 제게는 들어오질 않는군요.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일생의 세번의 운이 있다고들 하지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운을 위해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아닐런지요. 삶이란!
늘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