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驛)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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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驛)에 앉아서 /
외양간엔 침이 흐르고
돼지우리에선 발굽이 빠지는 그런 병이 돈다고
쇠꼬챙이로 찌르고
전깃불로 지져가며
이리몰고 저리몰아
구덩이 속에 떨어진
어미돼지
새끼돼지
서로를 부르고 짓 밟으며
외마디 비명 속
쏟아지는 흙더미에
묻히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어미소는
독물주사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숨 이 끊어질때
갓 난 송아지 먼저 쓰러진 곳 바라보는
말 못하는 축생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더라
어차피 아귀같은 인간들의
술 상위에
밥상머리에 얹혀질 몸
도축장으로 끌려가
칼 맞아 죽고
정 맞아 죽어
온몸이 갈기갈기 발리어져 이리저리 실려 갈 걸
그렇지 못한 죽음은 같더라도
남 보기라도 흉하지않게
가른 배는 덮어라도 주고
못 감은 눈은 흙이라도 들어가지않게 감겨달라
애원도 하였소만
창호지 한장 덮지못한대신
생석회 흰가루로 분을바르고 묻혀지는 축생의 몸
인간의 욕심과 그 간사한 입맛에 맞추려
산 목숨을 호두과자 찍어내듯
틀에넣어 키우고
맛있으라 자르고
순종하라 발려져
오물속에서 길러진 너
배지속에 들어갈일 없으니
간장에 절궈지지 않고
뜨거운 불에 구워지지 않고
냄새나는 이빨에 씹히지 않고
더러운 똥통에 떨어지지 않고
육신을 온전히 보전하여 저승으로 가게 되었구나
네 부모
네 형제
한 날 한 시
한 구덩이에 묻혀지는 날
너 의 영혼은 축생의 몸을떠나
천사되어 하늘로 올라가리라
그리고
네동족의 살점을씹은 입술을 핥아가며
불러진 뱃대기를 문지르는
산 목숨 생매장에도 눈하나 깜짝않고
달빛이 곱네 차네 끄적이는 가증스런 글쟁이
천상의 상제님과 하늘님께
나 에 죄상을 빠짐없이 고하여다오
무릎꿇고 업드려
너의 혼백앞에 빌어보는것은
다시는 이 땅위에
축생의 업으로는 태어나지 마시라고................
4344. 1. 26.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서로를 부르고 짓 밟으며
외마디 비명 속
쏟아지는 흙더미에
묻히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안타까운 아픈 현실을 느낍니다
올려주신 시 감사한 마음으로
가슴에 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