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라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백수와 라면
가스 불에 냄비를 얹어놓고 깜빡했다
시간은 나를 팔팔끓이다 못해 넘쳐흘렀다
넘친건 되돌릴 수 없다는걸 알고 있으니
무심히 다시 물을 준비한다
라면처럼 꼬불꼬불 얽힌 내 인생을 반으로 쪼깨
선반위에 둔다
다시 기포를 터뜨리며 올라간 수중기가
뚜껑에서 무수한 눈물을 흘리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TV를 보며 기다리는 시간
나는 다시 나의 시간을 잊어먹는다
도착했을땐 사라져버린 불
하루에 몇 번을 다짐했던가..
이렇게 또 하루가 불처럼 사라진다
시간을 끓인다
이번엔 넘치는게 싫어 조금만 넣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냄비가 타버렸다
이젠 아무도 나를 끓이지도 찾지도 않았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인생처럼
라면수프는 쓸모가 없어졌다
추천0
댓글목록
안세빈님의 댓글
좋군요. 첨 보는
활연님의 댓글
퇴고하는데 반년도 더 걸린 거로군요.
몇 마디 안 들어내고, 한 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