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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16-01-13 11:40

본문

꽃송이/광나루

 

폭풍우 몰아치던 날

비의 아우성이 거리에 쏟아지면

사각거리던 낙엽의 입술은 부르터 담장에 걸려 있고

여기저기 사지가 찢긴 자국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웅성이는 사람들 사이로 꽃송이 하나 걸어와

고개를 내민다.

 

은은한 빛깔로

수수한 냄새로 단장하고

모양도 없이

마음 가다듬는 이의 가슴에

섬광으로 다가와

포근히 안기려 길을 헤매는 꽃송이

 

가슴에 칼을 찼다면

거미줄 움켜쥐고 줄다리기 하고 있다면

떡시루 위에 재를 뿌리는

금붕어의 미소를 빼앗고

길 위의 자국을 지우고만 있다면

잘려지고 말 꽃송이다

 

바람 불어도 바람을 맞으며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맞고

소나기 쏟아진다한 들 두려워하지 않는

무심히 흘리는 말이지만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장마철 해 뜨는 날

빨래줄 찾아 이불 널 줄 아는

귀 있으되 너를 향해 열려 있고

입 있으되 금보다 무겁게

토한 것은 책임지는

오늘 여기 있는 것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를 향해

고개를 내민 꽃송이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향기 없어도 향기 내는

마음의 꽃송이

행복의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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