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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劫)에 든 년과새로 온 년 /秋影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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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4회 작성일 16-01-02 15:00

본문

 

 

겁(劫)에 든 년과새로 온 년 /秋影塔

 

 

 

 

 

불행했던 년(2015)은 새 년(2016)에게 잘

살아보라고 당부하며 손가락을 걸고 떠나가

겁(劫) 속에 눕는 중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그년을 보기 싫어도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으로 시간으로 마음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은 산의 꼭대기와

바다의 벌렁거리는 웃음 같은 울음 앞에서

그 년을 배웅하였다

 

 

억울하게 생을 버린 유령들이 유체(流涕)

더미 위에서 그 년을 붙들었지만

그 여자는 무척 바빴으므로 머물 수가 없다고 하였다

다시는 이 지구상에

돌아올 수 없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 년은 자신의 불공평한 처신을 후회도 했다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부를 제공했으므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더 버둥거려야

했으므로 결코 좋은 년이라는 말을 듣지는 못 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했다

 

 

회오리가 한반도 위를 지나갔으므로

나무는 자뿌라지고 땅은 너덜거렸고 물은 탁해졌으므로

마음으로 읽는 역사는 분탕이 되었으므로

아무리 태우고 녹여도 사라지지 않는

역사이므로

그녀는 부끄럽다는 말도 한 두 페이지

남겼다고 했다

 

 

떠돌이로 떠다니는 눈동자들과

바람에 섞여 뼈를 풍장한 영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으니

벽에 걸린 달력 속에서 영원히 사라진 그년은

흥건히 젖은 눈으로 떠났을 거라고 사람들은

수군댔다고도 하는데

 

 

잘 살아보겠다는 새로운 년은 어떨지? 그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새로 온 년은

다짐 앞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갈 수 없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년과 이년의 속을 수시로

드나들며 자벌레처럼 헌 년, 새 년의

칫수를 잴 거라고들

했다 그 년과 이 년의 우듬지와 밑동을

관통하는 굴을

파고 있는 중이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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