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초원의 뿔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사바나 초원의 뿔
1
그믐 때 초저녁 뜨지도 못하는 달이
형광등 램프의 외눈으로 껌벅이며 갓 틈으로 운다
하이에나에게 쫓기다 붉은 살점 물어뜯긴 저녁노을이
진한 보랏빛 피 흘리며 사바나 초원 깊음으로 망명하는 가젤의 무리들이
추장의 창에 찔린 유인원 붉은 눈깔 검은 물소의 뿔 나팔 불며 춤추는 기린이
메마른 밤 국경을 순례하는 전사의 타조가면이
바오밥 나무 근처를 서성이던 얼룩 표범의 눈빛이, 발톱에는 할퀸 시간의 비명이
동굴을 나온 박쥐 날개 끝에 너풀거리고 찢긴 눈물 사이, 새끼 잃은 어미를 남긴 채
검은 꼬리 누 떼가 직선으로 침묵의 적도를 건널 때 - 목 놓아 우는
정적의 밀림 성난 원숭이들이 포효하는 것이
발정하는 아네모네 꽃 붉은 입술 떨며 말미잘 고운 촉수에 흡착하여
쾌락에 진저리치며 죽는 흰동가리
전철 가판대 모로 누운 뉴스 아홉 시 뉴스 앵커다
2
간혹 암스테르담 본델 공원 반으로 뜬 달이
근처 미술관 반 고흐의 반면의 초상 위에 걸터앉는 환각의 나비처럼 벗은 새벽의 속살이
안갯속으로 물비늘 털며 떨어지는 별이, 누구의 날개 끝에서 놀던 바람이냐?
북극의 빙하 쇄빙선에 부딪혀 부서지는 얼음 조각이
차갑게 돌아서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빙벽 벌어진 그 모정의 폭이
얼마냐?
진정 너의 영혼에 걸린 가오리연 꼬리 현기증 나서 추락하는 질긴 등나무 뿌리 끝에
침몰하는 여객선 갑판 위로 누구 얼굴이, 혹처럼 매달려 네 손목을 부여잡더냐?
절망조차 건널 수 없는 돌아오지 않는 땅 그믐달 다 타서 불티조차
별이 되지 못 하는 검은 바위 그늘이
응달로 몸 구부려 누워 이별의 노래조차 울컥 속으로
삼키는 몽환의 긴 그림자 그는 누구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