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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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에서의 인연은,
전마선 타던
녹동에서 끝이 났습니다.
뱃길로
십여 분
그 거리가
당신과 나 사이 입니다.
아침나절, 떨어져 나간 손가락 마디만큼
짧은 인연.
파도가
파랗게 번진 멍 자국을 모래톱으로 지워내듯
당신의 얼굴을 지웁니다.
엄니!
날궂이처럼
남은 손마디가 저립니다.
혹여, 눈이라도
댓글목록
香湖님의 댓글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차로도 건너고 걸어서도 건너가더이다
십여 년 전 그때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강원도 비탈에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봄날...
참꽃 뒤에 뭐가 있다고 동네 횽아들이 겁주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인간은 참 무지하고 오만한 존재 같아요.
짐승은 말이라도 없는데...
향필하시고 좋은 시 또 기다려봅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시라
재주가 메주라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써 볼 뿐이지요
오히러 제가 기대해 봅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소록도를 가보지 않은 저는,
'천형'에 대한 기억이 이문열의 '타오르는 추억' 밖에 없습니다.
어떤 강렬함은 시간과 상관없이 문득문득 타오르지요.
................................
~ 기억 가운데는 정말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 포기하도록 강요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남녀가 붙어 있던 사건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이 항상 둘씩 붙어 있었는데 어느새 각기 떨어져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 사촌 형수에게 언제 큰형과 떨어졌냐고 묻기도 했고, 마을 아주머니들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드디어 나는 호된 꼴을 당했다. 어느 새댁네에게 또 그걸 묻다가 사촌 형님에게 들켜 힘껏 따귀를 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끌려와 회초리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맞았다.
그런데 그 못지 않은 고통을 안겨 준 것이 문둥이에 관한 것이다. 산 빨갱이들이 없어지자 우리 마을 부근에는 문둥이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문둥이들은 어린아이의 간을 빼어 먹는다고 했다.
그런 어느 날 나는 보리밭 고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헌 원두막에 올라가서 문둥이가 어린 처녀 아이를 잡아다 놓고 간을 파먹는 장면을 보았다. 처녀아이는 괴로운지 몸을 비틀며 신음하고 있었는데 반나마 벗겨진 가슴께 에는 정말로 피가 벌겋게 묻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놀라서 원두막에서 내려오다 떨어졌다. 그때 문둥이는 나를 잡아서 이 얘기를 남에게 하면 간을 빼먹겠다고 위협했던 것이다. 여섯 살 때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불쑥 그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장터에서 그 문둥이에게 간을 뽑혀 죽은 줄 알았던 처녀 아이를 다시 보았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처녀는 나를 끌고 구석으로 가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나를 꼬집고 알밤을 먹였다. 나는 울며 소리치기 시작했고 마을 청년들이 몰려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오이야, 이 가시 나야, 간은 문딩이한테 빼 묵히고 내한테 암만캐봐라 누가 겁낼 줄 알고."
그런데 그 말이 끔찍한 풍파를 몰고 온 것이었다. 사흘쯤 지난 뒤 집에 어느 노파가 와서 다짜고짜 내 입가가 터지도록 찢어 놓더니 낫을 가지고 나를 타고는,
"이놈, 바른 대로 대라. 우리 은님이가 산판 인부놈하고 붙어 묵는거 니가 봤나?"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푹석 주저앉아 눈물만 줄줄 흘릴 뿐 말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고서야 그 노파의 오금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두 번 다시 내가 본 것이나 기억하는 일을 말하지 않았다. ~
............................ 보고 말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읽고 물러납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소록도 2
들어 보았나요
보리피리 슬픈 가락을
옛날 옛적에
손가락, 발가락마디 뚝뚝 떨어지고
콧마루 짓물러 주저앉던,
그런 병이 있었다는 것을
제 키를 훌쩍 넘던,
보리밭에서
사람의 간을 빼어먹는다는 소문이 고샅길로 들어오던 날
엄마의 무명치마 속에서 삐져나온
보리검댕이가 입가에 묻었다. 짓무르고 헤진 입술에서 동굴의 바람소리가 났다
돌팔매 벗어나
황토길 걷고 걸어 전마선에 올라타던 날
보듬고 다독이던 바다가 부적이었다
한 세월, 부적을 품고 살았다 그리고
꽃상여 타던 날
그제야 알았다
사슴이었다는 것을
변변찮은 글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벌 / 한하운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벌이올시다.
아무 법문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벌이올시다.
* 성의 없이 시 한 편 인터넷으로 복사해놓고 사라져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서정주 시인의 문둥이와 이 시를 놓고 뭔가 여쭤보려는 게 있었는데...까먹었습니다.ㅎㅎ
그냥 향필하세욤^^
시그린님의 댓글
안부 놓습니다
무탈하리라 믿고 믿습니다
이런 저런 한 해가 저물고 또 한 해가 ....
송년행사 사진 속에 환한 모습 반갑더군요
새해에도 여전하시길 바랍니다.
늘 겅강하시고 건필하시길........향호님!!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어찌어찌 지내다보니 연락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저 또한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녹동항 앞에서 눈앞에 떨쳐놓고 바라만 보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차마, 갈까 말까 망설임이 어쩌면 놓아두고 싶었던 본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것도 아닌데, 멀리하고 싶었던 그때 그 마음이
십여분 이상 몇 백배 붉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