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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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고 싶은 날 / 이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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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를 벗어난 길가 | |||
| 추에서 떨어져 나간 초침들이 앉아있다 | |||
| 오리털 파카로 얼굴을 가린 결핍이 | |||
| 서로 다른 독백을 깔고 앉아 | |||
| 수면 위 촉을 노려보고 있다 | |||
| 껍데기를 깨고 멀리서부터 걸어왔을까 | |||
| 이가 꼭 들어맞는 일상을 어찌 밀쳐놓고 | |||
| 새로운 톱니를 끌어안고 있는 것일까 | |||
| 목을 조르던 넥타이가 비스듬히 찌를 겨눴을 때 | |||
| 눈빛을 훔치는 살기를 보았다 | |||
| 움찔 놀란 팔뚝, 바늘을 채고 | |||
| 미늘 끝에 걸린 문장을 탁본하는 절창 | |||
| 몸 낮춘 태공이 한둘이 아니다 | |||
| 낚음에 적을 두든 말든 | |||
| 어망 속 시어가 월척이든 아니든 | |||
| 미끼를 갈아끼는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 |||
| 끙 소리와 함께 날아오르는 날갯소리 | |||
| 창공을 차고 올라가던 그네의 휘파람소리를 추억한다 | |||
| 눈빛은 후두두 비 되어 떨어지고 | |||
| 편도 1차선 지방도 가장자리 | |||
| 3, 4미터 떨어져 앉은 물의 행간에서 | |||
| 후광을 단 잉어들이 연신 올라오고 있다 | |||
| 낚시에 길을 잃어버린 나 | |||
| 해가 막을 내릴 것 같은 저녁 | |||
| 미늘 없는 바늘 한 묶음을 통째 물속에 던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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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태학님의 댓글
낚시에 길을 잃어버린 나
해가 막을 내릴 것 같은 저녁
미늘 없는 바늘 한 묶음을 통째 물속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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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습니다, 잘감상했습니다.건필하십시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많은 태공들이 낚시를 드리워놓고 월척을 낚는 곳을 지나며
시를 엮는 시인들도 시를 낚기 위해서 숨죽이며 단어와 문장을 건져내는 모습과 닮지 않았나 합니다
그 곁을 지나는 저 또한 낚詩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마음입니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시마을 문우님들의 수준 높은 시로 인해 낚시터가 더 넓어졌으면 합니다.
정낭님의 댓글
조사(釣師)들이 건져놓은 팔딱이는 문장과
저수지를 둘러보는 묵음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낚시하고 싶은 날이다 ///
월척의 시어들이 행간으로 팔딱팔딱거립니다
살기로 번뜩이는 낚시질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시인님이 건져올리는 묵직한 돔과 때로 은갈치를 보며 입맛을 다십니다
이렇게 좋은 낚시터가 있고 태공들이 있으니 행복한 마을이고 행복한 구경꾼입니다
구경꾼은 어느새 낚싯꾼이 되고 그렇게 한데 어울려 이름난 낚시터를 만들지 않겠습니까?
시인님께서도 분명 일획을 담당하시고 계시고요... 고등어 맛이 더 간절합니다.고맙습니다 정낭 시인님!!!
시엘06님의 댓글
낚시하고 싶은 날은 시를 쓰고 싶은 날인가요?
그렇게 해석하며 읽으니 정말로 은유의 멋진 화폭이 하나 생기는 군요.
은근한 비유의 멋, 이종원 시인님의 글은 파고들수록 멋진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뜻깊은 연말 되시길..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시엘06 시인님께 제대로 제마음을 들켜 버렸네요...역시 예사 눈초리가 아니시던데..
좋은 시를 만들어내시는 분이시니 분명 프로에 버금가는 조사라 할수 있겠지요..
지난 번 출조에 나선 강호의 조사들의 출사표를 보고 읽고 또 대화를 엿보고 있노라니
좋은 시에 대한 강렬한 유혹에 작심하고 낚시질을 해보았습니다.
월척에 비하면 피라미 정도겠지만, 점점 더 큰 것을 낚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 연신 줄을 당겨봅니다
찬바람이 깊어갈수록 더 따듯한 눈웃음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詩釣師 납시었네요.
대방어이거나 대물붕어이거나
달에 걸어둘 尺이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달에는 아니고 계수나무에 걸어두면 보일락 말락할 정도일텐데 활샘이 달을 끌어다 눈 앞에 당겨 놓으셨나 봅니다
낚시하면 활샘인데... 공자 앞에서 문자 쓴 격도 되고..그냥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출조자의 무모함이랄까 그렇게 넘어가 주시면 좋을 것 같음..
곧 월척은 이런 것이다 라고 사진에 올라놓으실 것 같습니다.
힐링님의 댓글
낚시에 길을 잃어버린 나
해가 막을 내릴 것 같은 저녁
미늘 없는 바늘 한 묶음을 통째 물속에 던진다
아마도 시인님이 오랜 경험의 축적이 아니고선 살아 펄덕이는
이런 시의 대어를 올릴까 싶습니다.
치의 움직임 하나까지 잡아 내는 그 미세함들!
그리고 줄을 통해서 전해지는 전율!
해가 막을 내릴 것 같은 저녁까지
아니 늦은 밤까지 지켜보는 그 눈빛!
이런 모든 것이 시를 빚어내는 원동력인 것을
반추해 봅니다
이종원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가끔씩 시인님께서 던져주시는 화두, 또는 시제가 잡고 싶은 월척이 되기도 합니다
노력도 없이 월척만 낚으려는 편함이 낚시를 두렵게 할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분들의 낚시질과 방법에서 좋은 공부가 되어, 언젠가는 좋은 낚싯꾼이 되려 합니다
힘이 되어주시는 힐링 시인님의 격려에 다시 한번 릴을 풀어 더 먼 곳에 던져넣으려 합니다.
열심히 낚시질 같이 하시겠지요? 고맙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햐, 능수능란 말을 부리시는 솜씨가
거의 마술적이십니다. 여러 번 읽으며 눈이 환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에 능수능란이란 말씀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 고수님들의 낚시로 건져올리는 월척에 늘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자리 살짝 끼어올린 피라미 한마리에 불과합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리고 늘 올려주시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목헌님의 댓글
탁본에 들어 나는 절창, 이종원님은 참으로 시조사이십니다, 창작방 깊은 곳에 대어들이 많습니다.
중트라지에도 못 끼는 접니다만,....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목헌 시인님!!!
저 또한 중트라지 이하 피라미에 불과할 뿐인지요..대어들의 지느러미 날갯짓을 보며 꿈을 꾸지요
그들이 물결을 젓는 꼬리를 보며 내 꼬리와 지느러미를 잡아당겨 보는거지요..
시마을 물속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문우님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