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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74회 작성일 15-12-23 15:12

본문

옛날 옛적 사람들은 거북이 등껍질에 글을 새겨 넣었다

이것이 갑골문자다

 

담배와 술에 쩔은 입 냄새가 무게와 같이 위로 올라온다

나이 값도 못하나 살만큼 산 놈이 흥정이라니

값을 치른 구매력은 꽃에 못질을 해댄다

몇 잎은 떨어지고 몇 잎은 시든, 아직은 꽃이

오므라든 허리를 펴서 우아를 가장하고

못질에 대한 답례로 얹혀진 무게에 손톱을 박는다

못질 세 번에 코맹맹이 소리 한번

비어져 나온 비음이 오 촉 알 전구에 어리다가

흘러내려 자릿내 나는 이불을 들추고는

요에 은닉한 꽃의 등으로 스멀스멀 기어 들어간다

등의 형상은 거북이 엎어진 작은 산의 모양,

이 늙은 노인네는 김치 찌게 냄비를 또 엎었을 라나

한 올 터럭 같은 자존심을 상상해보는

여자의 허리에 음각된 노동력의 나이테는 열 세 개,

먹고 살겠다는데 도덕이 무슨 개 뼈다귀 같은 말씀인가

못 다 쓴 역사를 여백에 채우겠다는 듯

여자는 흩어진 모음을 주워 담는다

 

홍등 아래 시든 꽃이 굽은 등에 새겨 넣는 서러운 자음과 모음들이 있다

이것을 등골문자라 한다    

추천0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울의 예수, 를 쓴 정호승을 능가합니다.

참고로,

서울의 예수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람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술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

윤희승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삐 봐주셔서  넘 감사합니디  활님

바라다 보는 눈이, 그것도 이쁜 눈이,  바라다 보이는 그 무엇보다 그 무엇을 쥑이는 경우가 많지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등골에 새겨진 문자를 삶아먹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입천장 헐어 그마저 땡! 치고
알맹이 없는 속이나 긁고 있는데 .... 여전히 뜨겁게 보는 눈도 있네요.

저도 단순명확하게 !
오늘 아침 추천시에서 읽은 템버린을 능가합니다. ^^


탬버린 / 이인철

 

공장 탈의실엔
예비군복같이 얼룩덜룩한
미희 아줌마 작업복이 보름째 걸려 있다

그녀는 손에 묻은 도금을
이태리타월로 빡빡 문질러 지우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붓 대신 탬버린을 잡았다

새빨간 루주
젖가슴이 드러난 옷
밤물결처럼 살랑이는 치마
탬버린이 야광충처럼 반짝이는 방에서
우리는 칠 묻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춤을 춘다

공장의 하루 일당을
두 시간 만에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시화호 물고기같이 돌고 돈다


-이인철 시집 ‘회색 병동’

 돈의 유혹은 달콤하다. 그것도 쉽게 벌어 쓸 수 있는 일은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거리에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밤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간판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미희 아줌마는 공장을 다녔다. 예비군복 같은 작업복을 입었다. 온종일 하는 일은 늘 고달프고 월급은 부족하다. 급기야 작업복을 벗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도우미가 된다. 이태리타월로 손에 묻은 도금을 빡빡 문질러 지우고 젖가슴 드러낸 옷을 입고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춤을 춘다. 두 시간 만에 공장의 하루 일당을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물고기 같이 돌고 돈다. 속칭 노래방 도우미라 불리는 그 일은 생명보험회사에서도 보험가입을 거부할 정도로 위험 직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누구의 엄마이고 부인이고 누나고 언니인 그녀는 언제나 그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온몸으로 흔드는 탬버린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서정임 시인

윤희승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 편에 번번이 걸음하셔서 격려 말씀 놓아주심에 감사의 절 올립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복된 전야와 성탄일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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