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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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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희망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3회 작성일 15-12-06 03:07

본문

옛 시골집에는 집체만 한 감나무가 여러 구루 있다. 
아버지에 아버지.. 가 심었을 감나 문  
봄이 되면 연녹색 여린 잎이 났고 
손톱만 한 동그란 열매가 열리면 
마당엔 왕관 같은 꽃이 무수히 떨어졌다.
누님은 꽃을 주워 왕비 같은 목걸일 만들고 
누이와 난 약간 떨떠름달작지근한 맛을 병아리처럼 주어 먹었다.

가을이 오면 잎이 먼저 알고 빨갛게 물이 든다. 
아버진, 긴.. 달도 딸 것 같은 장대로 한 톨 한 톨 감을 따셨고 
어머닌, 바쁜 가을 손으로 차례상에 올릴 곱감을 깎으셨다. 
우린, 할머니의 호랑이 이야기가 생각나면 
실에 줄줄이 매달린 덜 익은 무서움을 한둘 씩 빼어 먹었다. 
윗 곳간 독 속엔 숯을 뛰어 감을 우려내고 그러고도 남은 감은 아버진 
북쪽으로 뻗은 나무 위 망태기 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으셨다. 

눈이 내리고 녹고 함박눈이 쌓이고 얼고.. 
나는 어느 날이든 사다릴 타고 올라가
하얀 눈 속에 꽁꽁 구겨진 언 감을 사그락 사그락 씹어서 먹었다.
혀도 감기는 차가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콤함을 오래도록 간직했다. 
망태기 속 짚이 손각락 끝에 보일 때면 어린 날에 봄이 굼벵이 처럼 찾아왔다.

주인 없는 감나무에 
감은 눈물처럼 주렁주렁 매달리고 빨갛게 충혈이 됐어도 
차가운 눈보라에 안까지 붉게 얼음이 가득 베인 달달한 그 맛을 
이제는 영영 맛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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