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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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손 -
이장희
살점을 잘 발라내는 그는 바람의 손을 가졌다
나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듯
조각도로 회를 뜨면 나무는 무늬가 된다
무늬의 숨소리는 부드럽고 고요하다
스으윽 삭삭 바람의 발자국이 나무에 새겨진다
양각과 음각이 태어나는 순간
날을 눕힐수록 숨소리가 거친 나무
나무의 홈이 생길수록 손끝이 흥분을 한다
마치 나무를 요리하는 듯하다
쓱 쓱 쓱 날이 나무를 갉아먹는 소리
바람의 손은 나무의 살점을 섬세하게 발라낸다
날에서 바람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시원하게 나무의 결을 파고드는 그의 손놀림
조각도만 쥐면 나무의 심장도 도려낼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손끝에 새겨놓은 물집
날이 지나가는 데마다 계곡이 생긴다
붓놀림처럼 홈이 그림으로 탈바꿈 한다
나무의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갈 때마다 긴장하는 손
날의 목소리가 가늘수록 손은 웃는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진중하고 일관된 진술,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나무를 깎아
나무 이상을 만드는 모습도 연상되고.
좋은 시입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와~ 넘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활연님의 칭찬을 받으니 왠지 좋은 느낌이 드네요.
저의 둘째 당숙께서 조각가 였어요.
교통사고로 고인이 되셨는데 지금도 나무로 조각하시는 당숙이 떠오릅니다.
졸시를 아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 차 한 잔 해요.^^ 술은 제가 못해서요...
비요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활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