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순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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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텍사스촌”이라 불렀다
저녁 어스름 녘,
그곳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진한 화장아래 민낯을 숨긴
20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쉬었다 가세요.”를 반복하는데,
어떤 이는 바쁘다며 손길 뿌리치고
또 어떤 이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그 때,
마치 산적 같이 생긴 한 사내가
그녀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가, 얼마냐?”라고 묻자,
그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고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마치 소녀처럼 따라 들어가고 있다.
저 겨울여자들은
추위가 결빙을 못질해도
끊임없이 견고한 뼈를 곧추 세우며
남자들을 향한
불퇴의 활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란
나의 생각이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각각 사연으로 그 곳에 서서
몸을 파는 그녀들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나는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속에
“소냐”가 떠올랐다.
난,
그녀들의 맘속에서 순수를 본 것이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요즘은 순수를 가장한 거짓들도 얼마나 많던지요
그런 거짓됨에 비하면,
그녀들은 오히려 순수한 건 아닐지
- 비록, 생계를 위해 몸을 팔지만..
그녀들도 <내 것을 지켜야 할, 지순至純한 명제命題> 앞에
한시도 괴롭지 않은 적은 없었을 것을..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그녀들 가슴 속에 아련히 숨어있는,
청초했던 꿈들..
그 모습에 문득, 맺히는 시인의 따뜻한 눈물
틀을 벗어난 데서 다시 벗어나는 깊은 아픔으로
읽히는 시..
아, 과연 진정한 純粹란 무엇일까
대상對象에
시인 자신의 정제된 意識을 퍼 올리고 있음이
매우 인상적인 시 한 편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 귀한 걸음주셔서 고맙습니다..윗 글은 제가 실제 목격했던 사실이고, 그 후 창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 이었습니다...그 후 여러번 그곳을 지나면서 그녀들을 살펴 보았는데,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맘이 아프더군요, 더불어 평론까지 받으니 영광입니다..늘 건강에 신경쓰시고, 귀국하면 연락주세요, 저의 집에 초대해서 맛난것 해드릴께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아니, 샤워님은 남자분 아니었어요?
도대체 언제 성전환을 하신 건지... (썰렁한 농담 - 죄송요)
하긴, 아직도 지가 여자인 줄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니 (웃음)
암튼, 찬란한 착각은 자유란 거 실감하고 갑니다
귀국하면, 연락 드릴께요
(근데 연락처도 모르는데 ... 암튼, 연락드릴께요)
연락드리고 싶은 제일 중요한 이유
* 샤워님 댁에 있는 이쁜 꽃아이들 보고파서요
핑크샤워님의 댓글
이를 어쩐대유!, 지는 시인님을 의심의 여지없이 여성이라고 생각 했는디, 남성이었어유???, 또 저를 남자로 생각하셨슈?
우째 이런 착각이 다 있남유!!, 암튼 죄송혀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