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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7> 손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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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6회 작성일 15-10-08 16:03

본문

 

 

 

 

 

손 없는 날

  

 

 

아내는 독실한 크리스찬도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신론자도 아니었다.

누구나 생의 끝에선 신에게로 귀의한다지,

앞날을 점치는 일, 흉복을 알아내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한평생 두발 쭉 펴고 순탄히 살 날을 위해

머리 둘 방향을 알아보는 아내의 정성

어느 새 동쪽으로 괘가 트이고,

이사가는 날은 손 없는 날

천일 동안, 애지중지 쓰다듬던 세간이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아내의 눈은 붉어진다.

더 흘릴 것도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제 있던 자리를 떠나 짐칸에 실리는 세간들

손때 묻은 세간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말 없이 천일의 추억을 싹싹 쓸어담는다.

안방에 숨겨놓은 빛 바랜 추억을 꺼내 싣고

건너방에서 눈물 한방울 흠쳐 싣는다.

휑한 방마다 희노애락의 또렸한 지문이 남는다.

방마다 가득했던 아름다운 시간의 형상과

지워지지 않는 천일 동안의 자국들

다시 누군가 낡고 초라한 집에 둥지를 틀면

오랜 세월의 흔적이 오로시 제것 인 양

또 그렇게 숨겨가며 살아갈 것이다.

 

 

 

 

 

 

 

글쓴이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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