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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빈 술잔 있는 날이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으뜸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5회 작성일 15-09-18 16:35

본문

[가슴에 빈 술잔 있는 날이면]

                                       으뜸해
술 한잔 생각나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어
무더위 갈증 때문이 아니야
그냥 
시원한 술 생각나서 그래

마음이 허전해서 그런가
묵은 세월이 쌓여서 그런가
가슴에 그림자로 남아있는
잊었던 그녀 생각 때문일까
이니야 
그냥
술 한잔 생각나서 그래..

애잔한 젊은 시절 생각난다

명동 튀김 골목 
나무계단 2층 안주 푸짐하고
술값 싼 그곳 생각나네
참 지겹도록 죽치던 그 집

담배 연기 폐 깊숙이 삼키며
청춘의 아픔을 소주 한잔에
모두 담아 마시고 싶었던 그때

어쩌다 
이름 모를 글쟁이 만나면 
삶과 죽음을 인생을 
침 튀기며 열변했던 그 시절 

시작도 못 한 풋내기 인생이 
세상 다 살아본 도인(道人)같이 
사랑과 이별을 내경험처럼 
마구 떠들던 그때 
이유 없는 반항과 저항의 시절

어스름 해지면 
일 마치고 귀가하는 길목에
붉은 천막 반쯤 열린 포장마차 에는 
중년 부부의 삶과 희망인 
백열 전등이 켜져 있었지

투박한 손마디의 아저씨가
참새 두 마리 구어 놓고
300원짜리 잔술 따라 마시며
궁시렁궁시렁 알 뜻 말뜻
중얼거리던 삶에 찌든 그 모습

젊은이 서너 명 
궁둥이 바싹 붙이고 앉아 
꼼장어 닭똥집에 왕소금 뿌려 
안주 삼아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씹어 먹던 꿈 많은 젊음의 혈기

그렇지 나도
푸른 하늘 같은 젊은 시간과 
열정으로 세상을 찾아가던
두려움 없는 시절이 있었지
그래그래 있었어. 그 젊음이

그려
그림자가 나를 부르지 않아도
글쟁이가 나를 깨우지 않아도
젊음이 다시 돌아 올 수 없지만
나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그냥
시원하고 싸한 술 한잔 마시고 싶어

가슴에 빈 술잔이 있는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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