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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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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1회 작성일 15-08-20 11:19

본문

보리밥 / 심월

 

세상물정 모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면 반기를 들고 싶다

무슨 물정을 모른단 말인가 배고픈 걸 익히 알고 고생고생 한 것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깡보리밥은 차라리 진수성찬인 것을...

이제야 말이지만, 보릿딩겨 수제비를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말이 무에 그리 자랑이라고 말할까

나보다 더 한 사람이 전쟁 후에 살아남기 위해 송기를 먹고

똥구멍이 막혀 피를 쏟았다는 얘기는 나이 먹고야 알았다

여자는 벼이삭이고 남자는 뻣뻣한 보리란다

지금이사, 웰빙식품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별식으로 치지만

그 미끈덩하고 까끄러운 보리밥도 못 먹어 허기를 참던 시절

사람 참 묘하지, 나이는 헛먹은 게 아닌 모양이야

양푼에 상치를 찢어넣고 참기름 한 숟갈 첨가하고 벌건 고추장에다

썩썩 버무리기 전에 호박나물, 가지나물, 열무김치 추가로 더 넣고

펄펄끓인 된장국 세 숫갈 퍼 넣고 슬슬 뒤적뒤적 비벼주기 시작하다

열무김치 국물 한 번 떠먹고는, 청양고추 하나 썩 배어물고 우걱우걱

씹어삼키면 목구멍이 얼얼하면서 보리밥 특유의 향긋함이 솟아난다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환장할 이 맛이 나를 매료시킨다

올 여름, 기찻길 여편네집에서는 이 메뉴로 나를 꽁꽁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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