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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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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3회 작성일 15-07-26 15:15

본문

브러찌를 사고
머리핀을 사고
옷을 벗어도 시원찮은 여름날에
가을 스카프를 샀다.

종로의 서점에서
나를 위해 책 한 권을 샀을 때
우리는 점심을 집에서 냉면으로
때우자는 합의를 돌출했다.

아파트 계단에서
헤세의 책을 펼쳤을 때
풍뎅이 한 마리가
계단 바닥에 누워 버둥거렸다.

자연은 자연에서 존재 할 적에
순리를 따른다는 믿음이 있었건만
풍뎅이를 뒤집었을 때
손가락을 잡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허공에 손사래를 쳤다.

풍뎅이는 열어놓은 창 너머로 날아가고
멀리 등고선이 푸른 산
폭풍이 지나가는 하늘의 먹구름을 보았다.

영혼은 흰 페인트 벽에 붙은
까만 똥파리처럼 생각할 것이다.

날개의 쉼이란
지상을 기는 발 달린 짐승에게만
휴식이 아니라고

나는 계단에 앉아 책을 읽을 것이고
아내는 일요일 늦은 점심을 위해
노동을 삶아 낼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목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미친 사람만 입장하세요!"

헤세는 황야의 이리에서
이런 문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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