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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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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42회 작성일 15-07-19 02:30

본문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기나긴 겨울 뒤에 내린 비는

논 빙판 위에 먼저 떨어졌다.

그 얼음판은 이어 호수가 되었다. 

봄비는 새색시처럼 얌전이도 내렸지만

정겨운 논두렁 길, 드넓은 방죽과 천등산까지도

온통 정겨운 연초록빛깔로 바꾸어놓았다.

봄비는 비단결처럼 정겹기만 했다.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치가리 과수원에 비가 내리면 

원두막은 고립된 성이었다.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그곳에 

복숭아나무의 이파리들이 춤을 추었다.

저만치 바다는 수평선을 잃고

회색 빛 하늘과 하나가 되었다.

비는 그립던 엄마의 품으로

나를 포근히 안고 감싸주었다. 

하여, 과수원의 비는 언제고 단잠을 주었다.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장맛비는 매서웠다. 

버뿌리 언덕길을 넘어 학교에 갈 때

너무 질은 땅에 까막 고무신도 벗어야 했다.

비는 머리를 적시고

뒤 짚어 쓴 비료 부대에도 후둑 후둑 떨어졌다.

아궁이 앞에 고인 물을 퍼내는 일은 늘 형의 몫이었다.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아버님 장례식 날 내린 비는 얼마나 큰 비였는지

묘자리를 팔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빗속에 다 젖었다.

산천을 다 적시고 내 맘도 적셔버렸다.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고국의 비, 필리핀의 비, 네팔의 비,

그리고 내 마음 속 비


잊혀진 줄 알았던 수많은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주며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린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추억을 만들며 비가 내린다. 


然正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몬순 우기철이 계속되는 한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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