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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1회 작성일 17-01-12 21:07

본문

HERO

 

 

아이들 손에 이끌려 히어로 영화를 본다

그는 세상 시름 몇 개 쯤은 펴고 구부릴 듯

크고 무거운 망치를 들고 다녔다

어떤 시름도 다 막아 낼 듯 단단한

방패를 든 또래의 친구도 하나 있었다

모가 난 이 삶의 모서리들을 그들은

망토를 펄럭이며 어찌나 수월하게 건너가는지

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너무 낯설고 멀기만 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 주위엔 저런 영웅 없어라는

아이의 물음에 나 또한 아이처럼

크게 한 번 웃다 문득 그날의

젊은 아버지를 생각하였다

 

노란 백열등 혼자서 우리들을 지켜내던 방

그 육십촉 불빛 안에는 오래된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빠지직 파란 불꽃을 뿌리며 한무리의 불길이

벽을 타고 기마병처럼 우리들 곁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바로 그때

어두운 구석으로 몰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우리들 곁으로

젊은 아버지께서 한달음에 달려와

그냥 맨손으로 그 요란한 불길들이며

불 붙은 전선들이며

매캐한 연기에, 타는 냄새까지

한 번에 가득 다 쓸어 안고서는

정말 오늘의 그 히어로처럼

홀연히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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