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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말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28회 작성일 17-01-13 14:36

본문


시가 말한다



아무르박



 

1ㆍ

 


 

해맞이를 하기 위해서 서해로 가는 길이었다

 


 

해돋이를 보려면 동해로 가야 하지 않아요

 


 

차를 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해에는 해가 뜨지 않는 것인가

 


 


 

2.

 


 

동해로 가는 여름 휴가는 차가 막혔다

 


 

국도로 빠졌지만 차는 여전히 막혔다

 


 

낯선 도시 낯선 국도변에서

 

정체를 뚫고 다시 올라탔던 고속도로였다

 


 

시원스레 달린다

 

맞은편의 차량은 정체 중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아내는 지금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나의 영원한 휴가지는 서울 집이었는데 말이다

 


 


 

3.

 


 

커튼 뒤에서 먼 산을 바라보던

 

아내의 실루엣이 새벽에 어슴푸레 느껴졌다

 


 

해장해야지요 뭔 놈의 술은

 

북어국 끓여 놨어요

 


 

그녀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식사 전에 애피타이저

 


 

뜅동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여기 출금 금액입니다

 


 

왼손에 하나를 쥐여주면

 

오른손에 다른 하나를 쥐여주어야 할

 

여의봉

 


 

당신은 나하고 사는 게 아니야

 


 

그쯤 되고 보면 나는 아내가 인정하는

 

변강쇠

 


 

변변히 뭐 하나 해 준 것도 없는데

 

친정가요란 말이 나오면

 

죄인이 되어버린다

 


 


 

4.

 


 

뉴스를 보면서 시가 쓰여요

 


 

나는 똥을 누면서 시를 썼다

 


 

퇴근길에 마주 선 석양이

 

너무 황홀해서 차를 세우고 시를 썼다

 


 

지하철의 중간역에 내려

 

시를 쓰다가 번번이 약속 시각을 어겼다

 


 

문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종각역 2번 출구

 

계단을 내려서다가 걸인 부부를 보고

 

시를 쓰다가 막차를 놓쳤다

 


 

질펀하게 술을 마시고 게워낸 초췌한 얼굴

 

쓰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시

 


 

독한 세제를 풀어도 지워지지 않아요

 


 

청소부 아줌마는 모른다

 


 

내 시의 주소는

 

아파트 16층 비상계단 첫단 아래 좌측

 

하트였다는 걸

 


 

드라마를 보는 아내는 번번이 내 애간장을 태운다

 


 

5.

 


 

짜장면이 먹고 싶어요

 


 

나는 가족들 머릿수를 헤아려 짜파게티를 끓였다

 


 

나는 짜장면이 먹ㆍ고ㆍ싶ㆍ다ㆍ고ㆍ요

 


 

번번이 나는 가족들에게 실망을 준다

 


 

그런 아내가 짝퉁 백을 들고 다닌다

 


 

그런 아내가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컬트백을 만들어 들고 다닌다

 


 

여보,

나는 당신이 저 아파트 철문을 들어설 적에

 

까만 비닐백을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 올 때가

 

시가 돼요

 


 


 


 


 


 


 


 


 


 


 


 


 


 


 


 


 


 


 


추천0

댓글목록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쫄시에 멋 쫌 부렸습니다.
우야둥둥
눈깔이 굴러 떨어지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봐도 행간은~~~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워낙 박복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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