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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셰르파의 죽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93회 작성일 17-01-14 13:22

본문

어느 셰르파의 죽음

사고다발지역 이라는 경고문은
단순한 사고사로 봐달라는
죽은 그가 남긴 유서였다
세상을 편히 뜨지 못해 홀로 버린 단문 기사는
최후의 무게가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지하역 무감각한 숨소리에도 팔랑거린다
똬리를 틀고 있던 한숨조차
정밀하게 울어대던 암전이었을 숱한 밤
그도 한때
모진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공동선의 경계 끝
크레바스와 빙벽의 위태로운 산자락을
오르던 도시 셰르파였다
평생 둥지를 짓지 못한 히말라야의 새처럼
산더미 같은 하루를 짊어진 그의 유일한 피사체는
절벽을 더듬어 눈사태를 직감하는 감각
하지만 바닥부터 얼어버린 이상기온은
고산증에 단련된 그에게서
읽히지 않는 희미한 등고선의 지문마저 수거해간다
마음 한쪽 간신히 확보한 명징한 땅에 묻혔을
앞선 일행의 발뒤꿈치

이른 새벽 
폭설로 덮인 직벽의 얼음 속
숙면의 어둠을 뚫고
날아오르는 새들의 기척 뒤
힘겨운 현기증을 다 털어낸 자리
하늘 같은 푸른 웃음의 문패 하나
꿈결인 듯  걸리고
긴 노동의 발자국
그가 걸어온 험난한 길만이 무심히 그의 과거를 읽고
마지막 궤적이 그의 가여운 발에 실린다
추천0

댓글목록

안세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세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시뗄레!
우리는 모두가 험난한 길을 오르려하는  등반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마을에 또 한분의  시검객이 계셨군요!
뭉클하게 읽었습니다.
시를 읽으니 셰르파의 목마른 갈증이 보이는데,
필력만큼은 생수이십니다.
주말 따뜻하게 보내십시오^^

한뉘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과물이 보잘것없이 미약한데
너무도 과한 말씀을 해주시니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전해주신 말씀 넘치고 그릇이
작으니 조금씩 나누어 마시겠습니다
오래전의 글 수정본 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나plm님,안세빈님^^

고현로2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셰르파의 죽음, 감상 잘 했습니다.
오늘 제가 올린 글은 마음에 들지않아 자삭하려 왔더니
한뉘님 댓글이 있어서 죄송하더군요. 양해를...
건강하시고 필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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