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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攝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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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명주5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5회 작성일 16-12-27 17:21

본문

섭리(攝理)

              이 명 주

 

최초의 사명(使命)

돌 속에 새겨진 섭리를 읽는다

초라한 테두리

말소된 교수대의 밧줄처럼

 

발아래는 신들의 무덤으로 가득한 도시

무덤 안엔 쓴맛이 제거된 약속의 서()

마녀의 잠처럼 아늑히 잠들었다

기도의 포옹 속에

 

정의라는 제복에 집행관이었던 우리가

주름지고 비틀려 흰 속살을 드러내고

의식의 끊어진 다리에서 비계(飛階)로 만 남았을 때

미소가 삭제되어 표정 없이 날아드는 금박 입힌 얼굴

 

오랜 시간 관()처럼 굳게 입을 닫은

돌 속에 새겨진 섭리를 읽었다

지금은 너무 빛이 바래 땅밑 퇴적층 끝

단단한 돌에서만 존재하는 화석

자신의 존재를 땅 위로 흘려보내려

어둠 속에서 유영하는 존재 너머의 존재

 

관이 열리면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놓은

익사 된 비명(碑銘)을 죽은 자가 일어나 읽는다

가장 힘든 건 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은 그 의지이다 라고,

너무도 평범해서 그토록 어려웠던

망각의 늪에 묻혀 흐느끼는 최초의 사명,

돌 속에 새겨진 섭리를 들었다

 

때로는 어떤 행위가

예기치 못하게도 부처가 되는 곳에서 바라본

머나먼 섭리(攝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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