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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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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75회 작성일 24-03-24 12:19

본문

수선화



사방에 수선화다. 그리고 물결 위에 자줏빛 늑골들이 떠돈다. 꺼칠꺼칠한 뼈의 결마다 빛이 고인다. 살아야겠다. 꽃술이 신음소리를 낸다. 꽃술은 얼굴이 부서지는 초등학생이었고, 달구어진 철조망 위에는 피가 묻었으며, 나는 내 옆구리를 갈라 아이들을 꺼냈다. 아이들은 제각기 한 문장(文章)들이었다. 두렵다. 무지개빛으로 번뜩이는 예리한 유리조각들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삼키게 한다. 아이들은 하나씩 어딘가로 향하는 문(門)들이었다. 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이 문 너머가 어디로 통할 지 모른다고 악마가 내게 속삭였다. 내 폐를 열면, 용암처럼 꿈틀거리는 염증들이 그 어떤 낯선 풍경을 그리고 있다. 내 꿈 속에서 이 새빨간 풍선들은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죽은 소녀의 이환(耳環)이 내 손에 쥐어진다. 나는 문을 여는 대신 높이 솟은 담장 너머로부터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 않나 귀를 기울였다. 내가 총알이 되어 버리기 전에, 거기 성(城)이 있었다.        


하얀 길. 

나는 책상 위에 속이 투명한 색색 유리조각들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면, 유리조각들은 형형색색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음향을 내 귓속으로 불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지뢰가 터져 다리 한 짝이 날아가 버린 흑인소녀가 목발을 짚고 내 고막을 향해 걸어옵니다.

우리는 함께 그녀의 버려진 다리 한 짝을 찾아서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는 내내 안개 속 미로를 걷다가
안개를 가른 아이들의 비명을 듣고 몽환의 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은희경의 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를 읽고 난 느낌처럼
저의 낮은 하얀 밤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시 많이 빚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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