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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39회 작성일 24-02-02 16:41

본문

바보 

 

 모르겠다 나도 그랬을까 열두 살 딸이 멀찍이 떨어져서 밥을 먹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구석이 좋단다 사춘기라 해도 저 나이 때 나는 무척 밝았던 것 같은데 손을 내밀면 어두운 굴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강아지처럼 딸은 요지부동 마음을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딸을 밝은 보름달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까 억지가 아니라 불과 2년 전만 해도 쾌활하고 살가운 아이였기에 본성을 하루빨리 찾아주고 싶다.

 

 아내와 딸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겉으로는 아내에게 던지는 농담인 척하며 속으로는 아이의 반응을 눈여겨 본다 아내와 아이 모두 뭐야 하는 무표정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농담을 건네자 아내는 제대로 통했는지 소리내어 웃고 딸도 진짜 웃긴데 차마 아빠 앞에서는 웃기 싫어 꾹 참는 표정이 귀엽다 이때다 싶어 밝게 살라고 말을 건네자 딸은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방에서 나온 중학생 아들은 배고프다며 송아지처럼 엄마를 찾는다.

 

 빛으로 굴 안을 비추면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고 있을 강아지처럼 딸도 당연히 그럴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창문 커튼 사이로 보이는 딸은 피아노를 치고 컴퓨터를 하고 춤을 추고 스마트폰을 보고 연예인 사진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만들고 가끔 웃기도 하고 엄마가 내준 수학 문제를 풀고 아빠가 내준 영어 단어를 외우고 하루를 꽉 차게 보내고 있다 굴은 비좁고 어두울 거란 내 생각이 틀렸다.

 

 딸바보도 아닌 나는 그냥 바보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처럼 딸이 있다면 저는 기꺼이 딸 바보가 되겠습니다.
전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아들만 있으니 딸 가진 사람들의 행복을 모릅니다.
요즘 아이들 야무져서 걱정 안해도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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