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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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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4회 작성일 23-12-22 20:46

본문

移徙

이제는 떠나가야 할 때,
때마침 몸 떨면서 방 바닥에 떨어지는 추억은
저 먼 동경(憧憬) 속에서 꿈처럼 출발했는지 몰라
하지만 그밖에는 말 없는 안녕, 미워했던 것들이여,
그리워했던 것들이여, 이젠 모두 안녕 !
많은 게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살아있던 기꺼운 힘은
그렇게 눈물 속에서 잠시 동안의 기쁨으로 나타나기도 해
모났던 날들을 둥글게 둥글게 포장을 해
남들 보기에 이삿짐만은 초라하지 않게,
그리고 나의 상속인(相續人)은 결국 나밖에 없기에,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 간 고향이 없는 주소에
사랑도 없이 그리움만 지니고 살아왔던, 나를 부친다

서로 미워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자야할 때의 그 어색한 침묵처럼,
나를 부친다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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