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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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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6회 작성일 23-12-01 09:00

본문

산책을 하며


 독이 묻은 물레 바늘에 찔려 잠들어버린 공주의 얼굴처럼 숲 속은 고요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졸가리가 솔바람에 바닥으로 주저앉고 있었다 지난 여름날 핏대 세우며 발악하던 쓰르라미의 날 선 울음소리가 이명처럼 귓속을 파고들자 꽁꽁 얼어붙은 진공의 시간 속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피아노 선율과 옷섶을 파고드는 독립된 첼로음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차갑게 온몸을 더듬었다 풀린 언 강물처럼 어둠이 밀려난 등 뒤에서 지난밤을 유혹하던 여인의 지독한 체취가 골안개처럼 일렁거렸다 액취증을 앓는 길섶으로 햇살이 백마를 탄 왕자처럼 달려와 내 얼굴을 비비며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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