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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廢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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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6회 작성일 23-09-28 17:05

본문

전 오후반으로 책상도 없이 

교실 바닥에서 공부했던 학교가

초등학교 간판도 못 달아보고

노쇠한 시간에 갇혀서 식은 땀을 흘리며

청승맞게 혼자 굶어가고 있다.

 

십여 리 등하굣길은 포장도로로 펴졌지만

오가는 애들 발길 끊긴 지 오래되었고

검은 교복 소매에 누런 콧물 번쩍이며

땀 찬 검정 고무신에 미끄러지던 애들 웃음소리

그 넓었던 운동장은 화살에 실린 시간에

속을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갔고 

플라타너스 나무는 전지(剪枝)옹이에 세월 감춘 채

잡히지 않는 허전한 바람만이 스쳐간다.

 

불쏘시개 솔방울 줍던 학교 앞 산 소나무들

노안에 묻어 나는 파스텔 톤의 노을 빛에

산 그림자 길게 늘리며 아무 걱정 없이 울창하고

젊었을 적에 저버린 고향에 맴도는 고적함 

숱한 우여곡절의 고단한 삶으로 깜빡한 사이

내 안에 갇혀있던 오래 전 학교

유년의 소용돌이 치는 그리움은 

황혼의 무딘 신경을 깨우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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