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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祇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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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3회 작성일 23-07-30 23:18

본문

기온(祇園)에서 



녹음 덮인 담 개울물이 졸졸 흘러가는 돌다리 

위를 걸어

마침 정오 무렵이었고 

검은 집의 형해들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무도 켜지 않은 

희미한 등불들.

하얀 손 끝에 한여름의 구름이  

머무는 동안,   


파초의 두터운 잎들 위에 

정적이 투명한 물방울인 양 톡 톡 듣고,

돌 틈으로 스며드는 

아픈 

바람. 

  

달구어진 태양이 대나무 가지들 사이에 가라앉는 소리.

희미하게나마 

대나무 가지들로 얼굴을 엮은 그 빈 집은

어딘가 

누군가 

내 그리움을 엿본 이일 터인데,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 위에 단정히 꽂은 

배롱나무꽃들 아직 덜 물들어,

투명한 유리종 안을 맴도는 

핏방울조차 느슨한 

부끄러움. 


지나가는 얼굴들 사이로 

새하얀 얼굴. 

기온의 저녁은 사각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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