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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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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97회 작성일 23-07-23 02:52

본문

1.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건 진절머리나 이제 그늘로도 잘 걷지 않는다고 들었다


2.

모기가 피 빨게 두곤 모두가 미워하는 기분은 어쩌니 해


3.

산속 버려진 사당터 제단에 도토리 몇 개는 아직 작은 짐승 신 정도가 모셔지나


4.

정오 감각을 상실시키는 먹구름에서 창살처럼 비가 내렸고 난 자유로웠다

타고 흐르는 빗줄기로 존재를 증명하려는 투명 인간인 양 하늘에 손 뻗으며


5.

한바탕 수해가 휩쓸고 간 천변은 일제히 드러누운 풀이 인상적이었다

불어난 물소리는 도시 소음보다 커졌고 돌아온 새들이 윤슬 속에서 평화로워 보였지만

길 한구석에 새끼 고양이가 익사체로 눈에 밟혔다

떠밀려 온 나무를 목어가 되라는 수장을 치러줬으나 고양이는 죽으면 뭐가 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모처럼 하늘이 개어 좋았다

장마 전선 후미의 바람이 폭염을 무르게 한 날에 유난히 희고 살찐 구름도 시각적으로 시원했다

인간의 찬 부분은 뙤약볕이 닿지 못한다 죽음에 냉소적이었으므로 더운 것쯤은 티 낼 일도 아녔다


6.

종교를 발명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위탁하고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 는 걸까


7.

막 비가 갠 날 먼 길을 와주셨구려

장마가 유난히 오락가락 참 길었소

촌은 흙길뿐이라 여태 질었소만

볕에 진흙 굽는 냄새가 구수해서 공기가 더 마음에 들 것이오

우리 마을엔 산수유가 즐비하오

전엔 산수유나무 몇 그루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단 말도 통했지요

자 어귀에 들면 장맛비에 털린 낙과를 살펴 디뎌주시오

저 산 너머로 늪지가 새들의 세상이니

새 밥을 해치지 않으려 살금살금 걷는 게 지당하오

예 근방 새들은 대대손손 이웃으로 살아 염치를 배웠는가

성한 열매는 놔두고 땅에 떨어진 것부터 쪼니까 기특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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