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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울타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달팽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98회 작성일 23-06-17 07:38

본문

흐르는 울타리




쏟아지는 빗속에 섬이 되어
귀에 익은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일

깨진 보도블록을 눈으로 끼워 맞추며 

늘어진 전깃줄에서 뛰어내리는 

빗방울의 궤적에 나를 비춰보는 일

어제의 나와 낙차 큰 지금의 나를 빗물에 씻어 건져내는 일

우리가 알던 울타리는 

이미 

범람하는 물살에 머리칼을 풀고 갔다


내가 나를 기다리고 마중 나가는 것이 

하루의 일과인 내가 어디론가 흐른다는 건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

구름이 머무는 곳이 비의 집이어서 

구름을 지나면 비를 피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울타리 밖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비에 젖은 한 줄 문장으로 

나를 꾹꾹 눌러 견뎌보는 것이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에 젖은 한 줄 문장으로
나를 꾹꾹눌러 오늘을 견뎌보는 것이다

마지막 연이 절창이십니다. 달팽이시인님
마음같아서는 저를 가둔 이웃집 울타리도 비를 따라 흘러갔으면 합니다만
그럼 너무 욕심부리는 짓이겠죠 ㅎㅎ
잘 감상했습니다.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도 깊은 울타리의 사물을 내재율로 불러와
풀어내는 기교가 가슴을 젖어들게 합니다.

달팽이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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