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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90회 작성일 23-05-17 08:22

본문

갤러리에서



나는 복도에 서 있었습니다. 

바닥에 햇빛이 깔려 있고 진홍의 피가 흘러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어가는 햇빛의 표면은 뭉클뭉클하고 

백자표면처럼 새하얀 시간의 표면에는 주름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이든 빌럼 데 쿠닝이든 관자놀이에 

총을 쏘아 큰 구멍을 낸    

후박나무 한 그루

바람에 느슨하게 흔들리는

먼 풍경을 각혈하고 있는 여자 한 명이 


입은 비뚤어지고 목은 뒤틀리고 

척추는 굽어 등짝에 큰 혹이 튀어나오고 

너울너울 춤추는 투명한 베일 

바륨이 차오르는 뜨거운 신경 

아무리 해도 긴 머리카락에 시취가 묻어 임신한 뱃속에 

쥐들이 날뛰어 


거대한 벽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여자와 나는 손잡고 

구획된 쓸쓸함을 따라 복도를 걸어갑니다.

주변의 벽들에는 열대의 활화산들이 늘어서 있어 

색채와 점 선 면의 용암을 우리에게 튀겨댑니다.


정지되어 있지 못하고 

검은 배경 위를 유영하는 

여자의 얼굴.

나는 그녀 손톱 안의 썩은 사과껍질을 깎습니다. 

마치 유리세공사처럼 섬세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들 속에서 

짓눌려지듯 그렇게 

황홀한.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식이 생명 존엄함에 반기를 든 우월자의 것이네요
숭고함에 방점이 있어 존재 이야기를 더했으면 인식의 터울이 존엄함에 더함을 가할 수 있었을듯 합니다
물질 문명이 풍부해진 여력이 아이러니를 위대함 까지 끌어올렸네요
인식의 아이러니가 약해 원하는 임팩트가 존재 충돌을 아직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추앙이 만드는 환상성이 위대함의 문을 자기화하려 했습니다 멋진 추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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