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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3회 작성일 23-03-15 08:26

본문

세탁소 가는 길 

 

봄기운이 따스함을 더해갈수록

나뭇가지마다 꽃망울로 그득한데

옷장에 걸어놓은 정장 커버에는

서리가 내린 듯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옷은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잘난체하는 사람이 옆에서

촐싹거리며 내뱉는 말처럼

눈에 잘 띄는 옷깃에

곰팡이가 얄밉게 들러붙어 있다.

 

실패자로 낙인찍힌 표식인 양

보기만 해도 께름칙한 곰팡이를

물티슈로 문질러 닦는다.

 

깨끗이 지워진 줄 알고 기뻤는데

물기가 말라갈수록

포기각서 서명 옆에 찍은 지장처럼

곰팡이가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앞으로도 정장 입을 일이 없어

헌 옷 수거함에 집어넣으려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 같은

벨소리를 들으며 세탁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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