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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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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6회 작성일 23-02-09 01:26

본문

서신을 전하며


껍데기가 살코기를 기름지게 하듯  

떨떠름한 보늬가 알밤을 야무지게 키운다

껍데기는 아버지의 민낯이었다

먼지 묻은 서랍 속에서 먼지 같은 추억 하나 꺼낸다  

어느 겨울날 

수천 년 동안 남포동에 똬리 튼 전설의 헌책방  

연탄난로에 다리 꼬고 앉은 주전자가 단발머리 동주여상 계집아이처럼  

주산수업에 미적거렸던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너와 난 슬쩍한 율황 몇 알  난로 위에 합승시켰지  

부르튼 손등이 쩍쩍 갈라진 논두렁으로 변했지만  

하루를 호호 불며 존 웨인으로 변신하던 찰나 

딱, 타닥, 공중으로 솟구치는 너의 외마디  

껍데기는 등신불이 되어 알맹이를 우리에게 공양하였지  

그 맛,  

넌 아직 기억하고 있니?  

백발의 소년이 껍데기를 위해 제를 올리는 저녁 

申시인님, 아직도 산동네 그 옥탑방에 살고 계신가요? 

번지수는 그대로고요,

막걸리 한잔 올리고 저도 곧 지붕 위로 이사 갈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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