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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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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2회 작성일 23-02-11 15:17

본문

봉우리



1. 


까마귀떼들이 하늘로 날아 오른다. 


겨울해가 잃어버린 연록빛 머위잎을 


누가 내 얼굴 위에 얹어 놓았을까?


허공에 떠 오른 유황거품들 


그 빛나는 탁함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예리한 뿔들이 뻗어나가 관을 이룬 


숫사슴 한 마리가 마을로 내려 왔다. 


새하얀 SUV를 몰고 산등성이들을 넘어 온 남자는


오는 길에 사슴 한 마리를 치었다고 쾌활하게 말했다.


배가 터져 빙판길 위에 


아직 가로누워 있으리라는 것이다.



2.


북방여우의 털은 겨울에 새하얗답니다. 그리고 여자의 볼은 빨갛게 물들었다.


그때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함박눈송이들이 묵직하게 떨어져 내렸다.  


미세하게 일어서는 여우의 털들이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눈송이는 더 거세지고 


하늘과 땅이 온통 희미한 빛이 되어 서로 가까와지고 있는 것인데,


이제 길의 굴곡마저 금속성 방울소리를 따라 저


계곡 밑바닥까지 미끄러져내리고,  


어디 먼 데 나뭇가지 위에 눈더미들이 


두텁게 쌓였다가 


후두둑하고 무너져내리는 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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