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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지못하는 궁핍한 사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68회 작성일 23-02-12 01:24

본문

이곳에는 숲이 깊어 들개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거나
아니면 놀이공원을 오픈했나 봅니다
자유분방하게 똥질을 하면서 뛰놀다가도 가끔은 조합장을 선출하는지
조직폭력배처럼 몰려다니며 패싸움도 심심치 않게 벌이고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어 멍멍 컹컹 거리며
콧등에 개주름잡고 지나가는 힘없는 노친네에게 욕지거리나 육두문자도 서슴치 않습니다


"야이 개쌔꺄" 이건 개들 사회에서는
친구를 부르는 친근한 소리이므로 욕이 아닌 거로 쳐줍니다
핑계김에 쌍욕을 한번 질렀더니 냉면육수를 들이켠 양 속이 개운해집니다
"씨발 사람새꺄"이렇면 개들은 치욕적인 욕지거리로 받아들여
꼬리도 없고 두 발로 뛰는 병신개 취급을 한다며
보나 마나 물고 뜯고 결국에는 목덜미에 이빨을 박고 피를 봐야 끝장이 날 겁니다


인간들도 친한 벗들에겐 쌍욕은 쌍욕이 아니지요
예를 들어" 야 씁새"또는 "야 쌍년아" 이 정도는 욕도 아닌 거 아시죠?
심한 욕지거리 닮은 나무이름이 개쓉싸리도 있는데 뭘!
그런데 개새끼도 목줄이라는 굴레가 채워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밥을 먹는 것도 이웃마을로 원정 흘레질을 다니던 것도
맘대로 안 되는 겁니다


아마추어 막글쟁이도 시인이라는 멍에를 두르고 나면
심오한 詩에다 대고 쌍욕이라도 극적거리다 가는
독자 희롱죄로 형사고발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面이 있으므로 쌍시옷 받침은 피하려 들 겁니다
막글이나 쓰면서 희열을 느끼는 글쟁이는 몇 안 되는 독자를 위해서라면
쌍욕도 서슴치 않습니다


여러 눈이 쳐다보는 난장같은 詩 판에 부랄도 막 꺼내 들고
짝부랄이내 뭐내 갑론을박도 벌입니다
내가 아닌 품평회를 여는 독자들의 입맛이 더 중요하니까요
하여 육두문자나 쌍욕 쓸 권리를 박탈하는 시인이 되기 싫은 겁니다
핑계를 그럴싸하게 둘러대봅니다
"아 쒸 어쩔 건데"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려주신 시를 감상하며......
홀린 듯, 머리통이 몽둥이로 한 대 맞은 듯합니다.
마지막 행이 절창입니다.
시를 읽고 또 읽으며
행간 속에 갇혀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인이 아니지만 전하는 말씀,
저의 가슴에서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요,
^^,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드립니다 콩트시인님
제 글보다 콩트시인님의 댓글이 더 절창이십니다 ㅎ
좋은 칭찬 감사드리오며
주일 알차게 보내시옵소서 꾸벅!

레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콩트님은 비범하신가 봅니다
전 욕밖에 안 읽히는데...ㅎㅎ...

왜 그렇지 하고 이유를 자꾸 묻자니
내가 주로 쓴 육두라 그런가?
일상화 된 말이라 그런가 하다가도
분명 나 들어라 하는 소리는 아닌거 같기도 하여
그럼 뭐지...하여 내린 추론은
다섯별님이 지금 무언가에  화가많이 나신가보다
그것이 뭐냐고 되차 물어보니
"화풀이가 왜 시가 되지 못하니"라고 묻길래
욕이 너무 따가워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차다고
조금 유연하게 찰지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만....ㅎㅎ....

날이 좋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니미럴 날씨마저 마음대로 안되는 날입니다...ㅋㅋ....
좋은 날 좋은시간 되십시오^^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레르 시인님 오셨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면 머리 아픕니다 ㅋㅋ
화가 난것은 아니구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기존 詩에 대한
소소한 반항일 뿐이옵니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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