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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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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4회 작성일 23-02-06 22:20

본문

희망은,

독이다


특별한 평범함에 지레 눌려버린

저 불쌍한 수십 억의 시시포스는 

꼭대기에서 도로 내려올 바위 대신

제자리에서 쳇바퀴를 굴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금이나마

남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도록

막상 노동의 강도가 줄었는가,

무엇인가 변했긴 한가,

이도 저도 아니면 뭐가 됐는가,

이따위의 물음을 받을 때마다

질 나쁜 농담을 희망에 적셔 불태워

오기에 곁들여 위안을 삼았다


하나 작금의 환란이란...대체로 한계다

우격다짐만으로 될 도리도 아니다

연골이 다 닳도록 삐걱이는 무릎에 대고

이번 걸음이 진짜로 마지막이니 힘내자

-사실은 밑도 끝도 없는 줄을 알면서-

주저앉아 아예 멈춰버리면

제 책무를 버린 벌이 내리리라 겁먹고

죄수가 간수인 양 뻗대다가 결국에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때가 되어서야

절벽까지 구르다 곤두박여, 한만 푸진

마지막 숨마저 갸날프게 끊긴다


이럴 바에는, 아예, 전보다는 나아지겠다는

그 알량한 다짐이 그저 안타까워서라도

알아서 발목을 끊게 했어야만 했나

중독의 말로 앞에 짙은 후회가 침향이라

독하게 취한 이 극독의 이름,


희망은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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