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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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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76회 작성일 23-01-26 20:30

본문

연식이 오래된 모주망태
끊어질 필름조차도 녹아 없어진 아부지
어떻게든 울타리 안까지는 꽃게걸음이라도 기를 쓰고 들어와
거슬거슬한 풀밭에 까무룩 유체이탈 한 몸뚱이를 던지시니
매번 자해공갈단을 흉내 내며 겁박을 하신다
유일하게 집만 잘 찾아오는
성능 좋은 오토 네비게이션을 머릿속에 품고 계신 게 틀림없다


밖에서는 중 고양이의 하악질에도 까무러치며
꼴에 수컷이라고 꼬랑지 말아 지 부랄부터 감싸 안고
간지럼 타는 배롱나무 떨듯 온몸을 떠는 개새끼가
지 집 울타리 안에서는 일 점 먹고 들어간다고
그래도 고향이 저 아랫말 진도인데 죽일 듯 콧등에 개주름잡고
이빨을 드러내는 저 성깔 오죽할까


육각정자 처마밑에 터를 잡은 참새들 울타리에 앉아 생똥을 찍! 싸지르면
햇볕에 약초 말리듯 버석버석 공 들여 말려
팝콘을 튀기듯 하얀 조팝나무 꽃으로 환생시키는
용한 재주를 갖고 있다


고양이 발톱세운 쥐잡이놀이에 화들짝 놀라
여기 찔끔 저기 찔끔 갈겨놓은 쥐눈이콩 같은 똥들이
아버지께 딸린 식솔 많은 우리네처럼
분분하게 매달려있는 쥐똥나무울타리


제 식구들 품에 들이고
울 아부지보다 더 만수무강하실지도 모르겠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을수록 감칠맛 나는 게 너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풍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백석 혹은 김유정 같은 옛시인의 풍류도 느껴지고요.
아무튼, 시와 사랑이란 낡을수록 좋다는 그 뜻을,
또 한번 되새기며 읽게 됩니다.
좋은 시 읽는 저녁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구 너덜길 시인님
재주가 미천하여 저런글 밖에는 쓸줄을 몰라서요 ㅎ
된장냄새 고만 풍겨야하는데 죄송합니다
형편없는 글 읽어보시고 장문의 댓글까지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꾸벅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성시인을 능가하는 대단한 사유와 문장력좋습니다

다만 너무 지나치게 좋다보니  느낌 아쉽네요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브루스안 시인님
일개 글쟁이를 기성시인과 비교하시다뇨
얼굴 붉어질 일입니다 ㅎ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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