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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난다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6-01-08 22:25

본문

겨울을 난다는 것

 

겨울을 난다는 것은 상수리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 듯

마음 한 칸을 비어 놓는 일

빈 곳에 한기가 들어도 잠시 내버려두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를

눈을 기다리는 일

오래된 슬레트 지붕,

타다만 연탄재, 검정 전화기,

쓰레기 하치장, 유기견의 사체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주기를,

세상이 잠시라도 순백해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창가에 앉아 긴 밤을 세우는 일

가난과 비루함과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비우지 못하는 까닭을,

검은 빙하가 흐르는 하늘 속 여전히 별빛이 따뜻한 까닭을,

편지지에 긁적거려 보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먼동이 트기 전 외투를 챙기는 일

새벽 별들이 모닥불을 쬐고 있을 때

세상을 가득 안은  눈의 속살이 환하게 부스럭거릴 때

느릿느릿 비워둔 마음 한 칸까지 걸어가

우표 없이 문장 한 통을 부쳐보는 일이다

 

창가로 다시 돌아오는 길

눈과 별들이 통화하는

바람의 말들을  잠시 들어보는 일이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을 건너는 것, 이 또한 가쁜 숨을 참으며
봄이 올 것을 믿는 연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시인님.

cosyyoon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경하는 시인님!

이 겨울에 저희 방을 찾아주셔서
냉방이 따듯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향필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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