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나 태어나서 고향 지켜온 지 어느덧 몇십 년,
온 몸에 병이 깊어 서울로 간다.
지친 몸 이끌고 서울로 간다.
자식들이 사는 서울로 간다
나 떠나면 누가 지킬까?
외로운 고향 지킬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드냐?
병풍처럼 둘러싼 푸른 산자락에 거울처럼
맑은 시냇물 흐르고, 사람 온기 가득찬 골
목 골목마다 웃음꽃이 활짝 핀 정다운 마을,
나 떠나면 누가 살까?
외로운 고향 지킬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드냐?
집 앞의 느티나무 길게 늘어서고, 우물가에
색동 처녀 두레박 물을 긷고, 여름엔 용수
쳐서 붕어를 잡던 기름진 문전옥답 황금평
야야,
나 떠나면 누가 농사 지을까?
외로운 고향 지킬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드냐?
나 어릴 때 동구 밖에서 친구 되어 같이 놀
던, 한 낮이면 제 그림자 쫒아 이리저리 빙
빙 돌던, 캄캄한 밤이 오면 수호신처럼 마을
을 지켜내던,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가워서
펄쩍펄쩍 뛰던 멍멍아,
나 떠나면 누가 돌볼까?
외로운 고향 지킬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드냐?
어릴 적엔 초근목피(草根木皮)와 맹물로 주린
배를 채우고, 한평생 노동으로 무릎, 허리,
어깨, 머리, 안 아픈 곳이 없는, 밤이면 손자,
손녀, 자식 걱정으로 단잠을 못 주무시는, 할
아버지 일찍 보내고 외로움을 등불 삼아 긴
세월을 녹여낸 팔-구순의 할머니들,
나 떠나면 누가 돌볼까?
외로운 고향 지킬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드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