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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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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5회 작성일 22-11-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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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바람 가까이 살았었다. 바람이 날 높이 들어올렸다. 봄이었다. 버드나무 길다란 연록빛 잎이 강물의 느린 흐름에 투명하게 반응하는 그 빛을 안고서 사내는 걸어갔다. 길다란 버들잎에 가려 사내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수많은 버들잎 깔짝거리는 언뜻언뜻 나타났다 스러져가는 그 복잡한 연록빛 지형도를 멀리 떨어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배를 띄웠다. 


배를 타고서 강 한복판에 나아가 죽은 여인의 재를 물 속으로 뿌렸다. 여인은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들더니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꽃은 피어나는 그날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네. 너라고 다를까? 저 길을 보라. 어깨 안고 솟아오른 부드러운 능선 타고 한없이 뻗은 길을. 너는 언젠가 저 비탈진 꽃밭에 가라앉는 구름을 붙잡고야 말 것이다. 흰 나비 날개처럼 바르르 떠는 그 색채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다. 그러면 이리저리 비치는 햇빛 잔영에 네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긴 머리카락이 저리 흩어지는 햇빛을 누가 고정시켜 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길다란 적요를 남기며 우리는 나아간다. 나는 네가 보이는 듯도 한 그 강물 위에 노래 하나를 새겨 놓는다. 어찌 보면 먼훗날 누군가 찾아와 그 노래를 들으며 널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찰랑이는 차가운 강물에 발목까지 적시며 푸른 하늘을 보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도 보면서 널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노래는 조각조각 강물 위에 깨져서 투명한 흐름을 타고 바다까지 가게 될 지도 모른다. 질식하여 둥둥 떠다니는 나무 판자 위에 어떤 표정같은 것이 떠오른다. 황홀한 듯 사내는 짙게 드리워진 녹음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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