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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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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9회 작성일 22-10-26 11:24

본문

선운사 



선운사 마애불 배꼽에서 비기(記)를 꺼내 보았다던 손화중이 동백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흔들흔들 이번 겨울에도 핏빛 꽃잎들을 낸다. 


눈썹이 길어 짙은 꽃그림자에 닿았다는, 버듬 핀 종이 위에 이름 모를 화초들이 글자 대신 빼곡히 시취를 풍기고 있었다 한다. 나도 진흙 빚어 그리운 얼굴을 날개 돋친 신록 사이로 풀어놓을까나. 까마득히 널빤지 하나 걸리지 않은 하늘 계곡은 누가 누가 울다가 가나. 석양이 주홍빛 잔을 기울이면 사방이 적요하여도 새하얀 그녀 얼굴에 사막 바람이 풍화작용을 일으키는, 그 하반신이 시퍼런 뱀인 꿈이라도 꾸다가 갈까. 무수한 화인(印)이 비늘처럼 알몸에 박힌, 그녀는 젖가슴 흔들며 썩은 개와들 사이 가을빛으로 녹아들어갔다고 할까.   


내 어릴 적 후박나무 잎새 끝에 머무는 햇빛을 황홀하게 바라보았었다. 


너는 퉁퉁 부은 청록빛이다.      


아무러나 얼굴이 넙데데한 마애불은 하늘 바닥에 누워 있다. 비취 속 깊숙이 갈앉은 우리 누이 삼베옷을 꼬아 까까옷 대신 아이의 목에 건다. 비린내 역한 갈잎에 입술 베어가며 혈관 끊어가며 우리는 풀피리 불자. 먼 옛적에는 시퍼런 바닷물이 초가집 삽작문 바로 앞까지 흘러들어왔다는 옛이야기. 온몸이 멍 투성이이고 칼로 베인 우리 아기의 상흔이 감나무 잎새 아래 바람으로 불어간다. 은근히 향연기 흘러드는 우리 아기 눈꺼풀은 배추흰나비 날개 같아서, 파닥일지언정 감기지는 않는다고, 쑥향 닮은 빛깔 화강암에 패인 우리 순이 결 고운 입술 닮은, 대웅전 문을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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