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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준 선물1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7회 작성일 22-09-10 10:12

본문

바다가 준 선물 




바다가 준 꿈을 꾼 적 있습니다. 투명한 속이 들여다보이는 옅은 바다. 그 안에 조개껍질들이 버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롱한 것이 아룽지는 껍질 안에는 작은 게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배가 가라앉았습니다. 포도주가 새파란 수면 위에 퍼져갔습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 바다로 떠나왔습니다. 내게 허용된 좁은 골목길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끼 낀 높은 담. 직선의 창공 위에 뭉게구름이 느리게 흘러 갔습니다. 나는 허공 중에 멎은 탐스런 목련꽃 숭어리 흔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바다를 그리워하곤 했습니다.

 

바다는 죽은 자들이 떠가는 곳입니다.   

나는 소라 껍질 위 결을 아주 길게 늘려 

우리를 붕괴시키는 

음향의 집을 지었습니다.

내 어릴 적 

언덕 위에 있던 작은 집.

내 손이 닿으면 시들어버리던 

진홍빛 사루비아꽃들도 거기 있을까요.

청록빛 쇠창살 안에 갇혀 있을까요.  

세상 가장 영롱한 진주알이라도 

이처럼 고통스러울까요? 

황홀할까요? 


물결이 휩쓸고 지나가면 

폐선의 뼈들만이 내 시 속에 뒹굴고 있습니다. 모습을 보이지 않는 물결은

내 시 위에 흔적을 남기는 법 없습니다. 어제는 물결 위에 

해당화 한 송이 떠내려 왔습니다. 내게 어떤 그리움이 있더라도 오히려 

바다에 붉게 어룽지는 꽃잎들 헤집고 잔잔한 물살에 상처 입기도 하면서

언어들 너머 저 멀리로 항해를 떠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체국에 와서 이 글을 씁니다.

어느날은 내용 없이 주소만 쓰기도 했고

어느날은 주소 없이 그리움만 한가득 여백 위에 펼쳐놓기도 했습니다.

내가 글을 끝내기만 바라고 있던 얼굴 없는 직원이 

기다리다 못해 개화(開花)하는 문을 열고 

작은 가시와 빛나는 수관(管)이 꿈틀거리는

거대한 입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바람이 잘 벼린 칼날들을 수면 위에 풀어놓습니다.

이제 침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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