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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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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2-03-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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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루를 기다리며


큰길가 지하도엔 때이른 양귀비꽃들이 계단 옆 난간을 붙잡고 담쟁이덩굴처럼 한가득 피어올랐다 꽃대마다 투명한 유리병 속으로 시퍼런 꽃봉오리를 벌겋게 밀어 넣으며 출입구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갔다 검은 천으로 머리를 싸맨 수많은 콩나물 대가리들이 톱밥 속 지렁이처럼 허물 허물 기어 다닌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메뚜기처럼 하느님도 바닥으로 내려와 대(大) 자로 퍼져 누운 저녁, 사거리 횡단보도에는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양귀비꽃들이 신호등 불빛 속으로 부나비처럼 벌겋게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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