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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자꾸 변한다는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5회 작성일 22-03-17 10:52

본문

강산江山은 자꾸 변한다는데 / 김태운

 

 

1.

 

소싯적 그러니까 나의 10대에는

빌어먹을 개처럼 보릿고개를 오르내리느라

국민교육헌장을 반야심경처럼 암기하느라

목청을 돋우며 돌부리에 차이면서도

새마을운동에 정신이 팔리느라

강산이 변하는 줄 몰랐겠지

 

꽃다운 청춘 20대에는

마지못한 국방의 의무를 채우느라

그것도 모자라 허기를 달래기 위한 궁여지책인

오일달러에 뒤섞인 땀이 시야를 가려

강산이 변하는 줄 몰랐겠지

 

서른 즈음의 30대에는

쿠데타네 데모네 민주화네 올림픽이네 등등의 함성과

야단법석의 아우성으로 흘려버린 세월의 야속함에

강산이 변하는 줄 몰랐겠지

 

불혹의 40대에는

아이들 키우느라 애를 쓰면서도 나름의 핑계로

타향살이에 흥청망청하다 보니

터진 주머니조차 눈치를 못 챌 정도였으니 당연

강산이 변하는 줄 몰랐겠지

 

지천명의 50대에는

여기저기 출세한 사람들 눈에 거슬린다며

주제도 모르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때는 이미 정상을 지난 내리막이라

아차 싶어 허우적거리다 보니

강산이 변하는 줄 몰랐지

 

2.

 

지금은 어느덧 육십갑자의 테를 억지로 두른

병든 소낭의 심기랄까

그 나이테를 명징하게 품었을

이순의 나이대

정년의 시간을 향한 시곗바늘을 돌리다 보니

저절로 이 지경이지

고향의 강산은 어쩌다 개발에 치여

곳곳 무너져버렸고

바다 근처 그나마 한적한 여기는

머잖아 나의 무덤이 될

섬의 기슭이지

 

강산이 변했다는 걸

너무도 실감케 하지만

이제나저제나

하늘 가까이 구름을 품은

밤이면 어쩜, 내 전생의 터무니 같은

은하를 우러러보는 백록의

저 희끗한 영봉만큼은

옛 그대로지

 

오늘 마침 그 낌새 보아하니

새봄을 품는 풀도진마

마 걷히는 날이면

간만에 아기고사리들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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