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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새 하얀 섬의 까마귀 한 점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8회 작성일 22-01-19 12:50

본문

나는 어느새 하얀 섬의 까마귀 한 점이다 / 백록

 


 

나는 어느새

남극을 꿈꾸는 한라산 까마귀다

인간들이 먹다 버린 김밥 부스러기와 라면 찌꺼기로

허기를 달래는

 

지난날엔 까칠한 소낭이 마냥 좋아 시커멓게 우거진 소낭들의 표정을 사랑하여

이 섬의 곳곳을 기웃거리던

간혹, 출렁이는 파도를 벗 삼아 날갯죽지를 펼쳐 활개를 치며

들썩들썩 살풀이춤을 추던

갯바위를 후려치던 포말의 곡조에 따라

깍깍 힘차게 노래를 부르던

 

어느덧 소낭의 청청한 감정들은 드문드문 어디론가 꼬리를 감추어버리고

그 자리엔 대신 열대우림 같은 이런저런 이름 모를 낭들이 서로 자랑하듯 뽐내는데

저들이 마치 주인인 양 행세를 하는 낌새고

그 해발의 기슭엔 파도의 거푸집 같은 방파제며 테트라포드의 훼방으로

포말의 거품질을 한껏 누그러뜨리고 있으니

 

마땅히 갈 데가 없는 난 어느새

하냥, 하얀 생각을 꿈꾸며 하얀 날을 찾아 하늘가를 서성이는구나

잘난 인간들이 버린 부스러기며 찌꺼기로 허기를 때우며

붉은 창지며 뼛속까지 하얗게 얼어붙어버릴 날을 기다리며

머잖아 하얀 공동묘지로 비칠

시베리아의 한 점 빙점氷點같은

, 그 터무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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