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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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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59회 작성일 21-11-16 04:12

본문

맹크  



어젯밤 반원을 그리던 차가왔던 그가, 겨울에 가까왔던 그의 표정이, 길게 이마에 드리워진 비린내 돋는 머리카락이 숨을 멎었다.

 

저 높이서 까마득히  흔들거리는 아주 미세한 오동나무 가지 눈꽃 잔해 검은 수면에 흩뿌리는 죽음이 비쳐오는 거울 

표면이었다. 거기 다가가 그 속에 흘러가는 유년을 홀린 듯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제 살을 뚫고 나오는 철조망 가시를 더 예리하게 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탄흔 황홀한 책장을 펼치자 누군가의 뼈가 무언가 단단한 것에 긁히는 마찰음 


들려왔다.  

그는 백포도주에 목젖을 적신 다음 달빛 속 사다리를 기어올라가 팔딱거리는 연어를 한 마리 게워냈다. 연어는 제 태어난 곳을 향해 격류를 거슬러 올라가 거기서 죽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 진흙가루며 불순물 다 가라앉고 미늘에 안구가 꿰인 소녀가 하반신 아래는 투명한 물보라인 - 그는 시를 쓸 수 없었고 코 끝에 다가오는 시취를 석벽 안에 여몄다. 다 낡아빠진 유년의 나무썰매가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있었다. 그는 시를 쓸 수 없었고 대신 활자들과 연화문 돋은 종이가 눈앞에 한가득 펼쳐져 아라비아의 잘록한 허리가 새하얀 태엽시계 소리 맞춰 흔들거리는, 눈동자같은 호수가 치자나무 가지에 매달려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노려보는 환각을 보았다. 치자꽃과 양귀비꽃을 너무 많이 들이마신 까닭이다. 충혈된 호주머니 안에 쑤셔넣은 몇개 간절한 표현들이 너무 크게 우는 까닭이다. 단단한 유리컵이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산산이 부서졌다.     

                

댓글목록

바리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바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이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아버지가 장날에 사주신 검정 고무신

개울물 따라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가 버린 날
개울가에는 물살도 울고 나도 울고 연이도 울었지

시간은 어느덧 흘러 흘러
아버지에게로 가는 길목에는
내 유년의 잃어버렸던 검정 고무신이 역류를 타고
산기슭에 출렁거리고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일
당신 곁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서는 일

아,
그대여!
나의 노래여!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감상하면서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에 빠져들게 되네요.
좋은 표현들이 잘 버무려져 시를 감상하는 동안 기분이
사탕처럼 살살 녹아버리게 되네요.
신춘문예 그것도 아주 잘된 시를 감상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니 그 이상 입니다.^^
좋은 시 감상하게 해줘서 넘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좋게만 보아주시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장희님 훌륭한 시 늘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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